카이로 외곽 ‘대박물관’ 건설현장 르포
이집트 카이로 외곽 기자 지역에 건설 중인 ‘이집트 대박물관’ 전경. 대박물관 뒤로 불과 2km 떨어진 거리에 쿠푸왕의 피라미드를 비롯해 이집트의 3대 피라미드가 나란히 솟아 있다. 이집트 대박물관(GEM)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이날 확인한 박물관의 외관은 피라미드를 향해 뻗은 길쭉한 계단처럼 보였다. 건물 자체도 웅장했지만 멀리서 바라본 전체 부지 전경은 입이 딱 벌어지게 만들었다. 대박물관 부지는 총 49만 m²로 축구장 면적의 약 70배에 이르는 규모다.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16만2250m²)보다도 훨씬 넓다.
박물관 전시실의 유리로 된 외벽을 통해 이집트 3대 피라미드가 보인다. 박물관과 피라미드 사이의 직선거리는 2km에 불과하다. 이슬람 무스타파 박물관 기술감독 겸 미디어담당관은 “개관하면 관람객들은 카트나 마차를 타고 피라미드까지 하루에 둘러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하루 최소 1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물관이 세계의 관심을 끄는 건 ‘소년 파라오’ 투탕카멘 컬렉션 때문이다. 1922년 발굴된 투탕카멘의 부장품은 5000여 점에 이르지만 대다수는 카이로 타흐리르 국립박물관의 전시 공간 문제로 그동안 빛을 보지 못했다. 이번에 개관하는 박물관에는 7000m² 규모의 전시실을 따로 마련해 이집트 최고의 보물로 꼽히는 투탕카멘의 황금마스크를 포함해 모든 컬렉션을 전시한다. 투탕카멘의 미라도 이곳으로 옮겨져 투탕카멘의 최후 안식처가 거의 100년 만에 재현될 예정이다.
이집트 대박물관의 총 건설비용은 10억 달러(약 1조800억 원)로 추산된다. 1년 전부터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이집트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이집트 정부는 건설비용의 75%를 일본에서 빌려왔다. 이집트 관광산업을 부흥시키는 것이 침체된 경제를 회복하는 키포인트라고 본 것이다.
이집트는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치안이 불안해졌다. 특히 2014년 이집트에 이슬람국가(IS) 지부가 생겨난 뒤부터 빈번한 테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여기에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까지 겹치면서 이집트의 관광산업은 크게 위축됐다. 지난해 이집트의 관광수입은 38억 달러로 2010년(125억 달러)의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기자 피라미드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마차를 모는 아트리스 아부 샤이마는 “하루 3만 명에 이르던 관광객이 이제는 5000명 남짓으로 줄었다”며 “하루빨리 박물관이 문을 열어 관광객들이 다시 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물관 총책임자인 타레크 사예드 타우피크는 “박물관이 개관하면 몇 년 새 크게 줄어든 관광수입이 다시 늘 것”이라며 “교통, 호텔, 케이터링 등 관광 인프라도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