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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신라 말다래서 ‘비단벌레 날개’ 장식 첫 발견

입력 | 2017-12-01 03:00:00

경주 금관총서 출토된 마구세트, 모든 곳서 비단벌레 날개 흔적 확인




경주 금관총 출토 말다래 조각(아래쪽 사진)에서 발견된 ‘비단벌레 날개 장식(붉은색 실선 안)’. 비단벌레(위쪽사진 왼쪽)는 온몸에서 무지개 빛을 뿜어내는 희귀 곤충으로, 신라인들이 최고급 마구에 장식품으로 사용했다. 1975년 황남대총에서 비단벌레 날개로 장식한 ‘안장 뒷가리개’(위쪽 사진 오른쪽)가 출토됐다.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경주 금관총에서 출토된 말다래(장니·말안장 아래 늘어뜨리는 판)에서 비단벌레 날개 장식이 발견됐다. 신라왕릉 중 유일하게 안장부터 말다래까지 모든 마구(馬具) 세트에 비단벌레 날개가 장식으로 쓰인 사실이 처음 확인된 것이다.

국립경주박물관 보존과학실은 “금관총 말다래의 외곽 테두리 조각 한 점을 현미경으로 정밀 관찰한 결과 대나무 판 위에 붙어 있는 비단벌레 날개를 찾아냈다”고 30일 밝혔다. 곤충 날개는 쉽게 썩는 유기물이어서 비단벌레 흔적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지금까지 말다래가 나온 신라 왕릉은 금관총과 천마총, 금령총 세 곳이다. 신라시대 말다래에서 비단벌레 장식 흔적을 찾은 것은 최초다. 1975년 황남대총 발굴 당시 비단벌레 날개로 장식한 안장과 발걸이(등자), 말띠드리개(행엽)가 발견됐으나 말다래는 나오지 않았다.

‘왕의 곤충’으로 불리는 비단벌레는 온몸에서 무지개 빛을 뿜어내는 희귀 곤충으로 신라와 고구려, 왜에서 최고급 공예장식으로 사용됐다. 특히 신라에서는 금동판 투조(透彫·재료를 도려내 무늬를 낸 것) 밑에 비단벌레 장식을 깔아 화려함을 더했다. 현재 국내에 서식하는 비단벌레 개체 수가 매우 적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실제로 박물관은 비단벌레 샘플을 채취하기 위해 문화재청 사전허가를 받은 뒤 곤충학자와 사흘간 답사한 끝에 전남 완도군 당인리에서 사체 한 마리를 가까스로 얻을 수 있었다.

금관총 말다래는 천마총 출토 말다래처럼 대나무판 위에 천마(天馬)도를 새긴 금동장식을 덮었다. 천마총 말다래의 경우 비단벌레 날개 대신 직물로 장식한 차이점이 있다. 최근 경주박물관이 발표한 ‘비단벌레 날개를 중심으로 본 금관총 출토 비단벌레장식 마구류의 제작기법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금관총 말다래는 여러 단계의 제조공정을 거쳤다. 직물 위에 대나무판을 올린 다음 비단벌레 날개 장식을 얹었는데, 이때 대나무판에 날개를 고정시키기 위해 옻칠을 했다. 끝으로 천마가 새겨진 금동장식판을 덮은 뒤 구멍을 뚫고 나사를 꽂아 판 전체를 고정시켰다.

이승렬 경주박물관 연구원은 “비단벌레 날개는 부식으로 인해 한 점에서만 발견됐지만 대나무판 전체에 옻칠이 된 걸 감안할 때 판 전체를 날개장식으로 채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남대총에서 출토된 ‘비단벌레 장식 안장 뒷가리개’를 복원할 때 약 2000마리가 사용된 걸 감안하면 이보다 약 2배 크기의 금관총 말다래에는 3000~4000마리의 비단벌레 날개가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안장과 발걸이, 말띠드리개까지 포함하면 금관총 마구 세트를 장식하기 위해 최소 1만여 마리를 잡았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신라인들이 왕릉을 꾸미는데 들였을 엄청난 공력을 대략 가늠할 수 있다.

신용비 경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이번 연구결과는 42년 동안 글리세린 용액에 담겨있는 황남대총 출토 ‘비단벌레 장식 말안장 뒷가리개’의 보존처리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