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9일 경북 포항시의 한 대형병원 병실에 지진으로 중상을 입은 김모 씨가 누워 있다. 포항=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의사의 말이 떠오를 때마다 김모 씨(70·여)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열흘도 넘게 지났지만 아직도 김 씨는 자신의 현실을 실감하지 못했다.
지난달 15일 규모 5.4의 지진이 닥쳤을 때 김 씨는 경북 포항시 북구 장성동 자신의 연립주택에 있었다. 손을 씻기 위해 화장실에 들어간 순간 집 전체가 흔들렸다. 한쪽 벽이 김 씨를 덮쳤다. 콘크리트 잔해가 다리 위로 떨어졌다. 온몸에서 피가 흘러 바닥에 고였다.
김 씨 상태는 꽤 심각했다. 얼굴과 머리 곳곳에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다. 문제는 왼발이다. 흰 붕대로 감싼 왼발은 퉁퉁 부어 있었다. 피부 일부는 괴사했다. 치료 때마다 불에 닿는 듯한 통증이 온다고 한다. 의사가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고 말할까 봐 김 씨는 회진 때마다 가슴을 졸인다.
더 큰 걱정은 얼마가 될지 모르는 치료비다. 차상위계층인 김 씨는 아들(45)과 단둘이 살고 있다. 작은 회사를 운영하다 부도가 난 아들은 최근 개인회생절차가 끝난 뒤 건설 현장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아들이 피해 신고를 하며 주민센터에 물었지만 “치료비를 지원받을 수도 있고,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애매한 답변만 들었다. 이런 지진 피해가 처음이다 보니 공무원조차 부상자 지원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는 것이다.
부상자들은 ‘자연재난 구호 및 복구비용 부담 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사망·실종자의 50%(250만∼500만 원)에 해당하는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그 기준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신체장애등급 7급 이상이다. ‘엄지와 둘째 손가락을 잃은 사람’ ‘한쪽 눈이 실명되고 다른 쪽 눈의 시력이 0.6 이하가 된 사람’ 등이다. 이 기준대로면 심한 부상을 입어도 자칫 지원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30일 현재 포항 지진 부상자는 92명. 전날까지 5명이 재난지원금을 신청했지만 확정된 사람은 아직 없다. 지난해 경주 지진 당시 부상자 18명 중에도 재난지원금을 받은 사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