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깅(digging). 요즘 빠진 취미생활. 영어사전에 나온 뜻은 이렇다. 명사. 파기, 채굴, 채광, 발굴, 광산, 금광. 그러고 보니 레코드점에서 두 손을 앞발처럼 내민 채 차곡차곡 쌓인 LP를 열심히 넘겨가며 뒤지는 모습이 채굴 중인 너구리 비슷하다.
서울 마포에 있는 D음반점에서라면 우린 4시간 ‘스탠딩’도 별것 아니다. 드라마 ‘파일럿’ OST 카세트테이프부터 황병기 ‘미궁’ LP레코드, 블랙 새버스 ‘Technical Ecstasy’ CD까지…. 전파 위를 떠다니던 음악들이 마침내 손에 만져진다.
밴드 ‘전기성’의 멤버 이호진은 “학교 다닐 때 들은 테이프 소리를 연주와 편곡에 재현하려 노력했다”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지금 가장 천대받는 미디어는 CD예요. 하지만 믿어요, 전. 언젠가 돌고 돌아 CD의 시대가 다시 오리라는 걸.”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