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이 도착했습니다.”
매일 오후 6시 30분. 퇴근길 지하철을 탄 프랑스 파리 시민 젬마 올리버 씨(48)의 스마트폰의 알람이 울린다. 매일 이 시간에 도착하는 e메일 알람 소리다. 발신 주체는 큐레이션 전문 프랑스 뉴미디어 ‘브리프미(Brief.me)’다.
2015년 출범한 브리프미는 매일매일 ‘그날의 중요 뉴스 5가지’를 선정한 뒤 기사 내용을 2줄 이내로 요약해 저녁 6시 30분에 구독자의 e메일로 보내준다. 이에 따른 월 구독료는 5.9유로(약 8000원). 현재 약 6000명의 구독자를 보유했고 100% 구독료 수입으로만 운영된다.
흥미로운 점은 전체 구독자의 약 27%가 40대 이상이라는 사실이다. 젊은 세대만 구독할 것 같은 인터넷 요약 신문을 중장년층도 많이 본다는 얘기다. 그 비결이 무엇일까. 9월 25일 파리 시내에 위치한 브리프미 사무실을 찾아 창업주 로랑 모리악(48) 공동 대표를 만났다.
모리악 대표는 프랑스 대표 일간지 리베라시옹에서 12년 동안 경제부, 국제부 생활을 하다 기성 언론의 한계를 느껴 브리프미를 창업했다. 그는 “이제 독자들은 발 빠른 뉴스를 원하는 게 아니라 홍수처럼 쏟아지는 뉴스 중에서 제대로 된 기사를 골라주고, 분석해주고,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도록 요약해주는 걸 원한다”고 말했다.
사무실은 8평 남짓이었다. 전체 인력은 4명이다. 기자가 둘, 나머지 둘이 일러스트와 그래픽을 담당한다. 2명의 기자 중 1명인 마틸드 도이지(Mathilde Doiezie·28) 씨가 이날 오전 10시부터 프랑스 모든 언론사가 쏟아내는 각종 기사를 읽고 있었다. 도이지 씨는 “구독자의 메일로 요약뉴스를 발송하기 직전까지 수천 개의 기사를 읽는다. 그 중에 독자가 꼭 알아야할 다섯 가지 선정한다”고 말했다.
오후 6시30분 e메일로 발송되는 브리프미의 디지털 신문은 크게 요약 뉴스, 질문과 답(Q&A), 칼럼으로 구성돼있다. Q&A는 보통 요약 뉴스에서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고 판단된 주제를 선정한다. 마지막으로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각계각층 저명한 인사들의 칼럼이 실린다.
이날 기자는 전일 메일로 발송된 브리프미를 직접 읽어봤다. 뉴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했을 때 걸린 시간은 10분이 채 안 됐다. 모리악 대표는 “브리프미를 선택한 사람들은 바빠서 뉴스를 못 읽거나 가짜뉴스 속에서 ‘진짜 뉴스’를 보고 싶은 사람들이다. 때문에 기사가 길어서도 안 된다. 팩트 체킹에도 심혈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브리프미는 100% 구독료 수입으로만 운영된다. 웹사이트에 독자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불필요한 광고가 없다. 구독자는 방해 없이 메일을 끝까지 정독할 수 있다. 그래서 독자들의 충성도 또한 높다. 브리프미 자체 조사 결과 구독자의 83%가 “e메일을 받으면 끝까지 다 읽는다”고 했고, 97%는 “1년 더 연장 구독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신문광’으로 불렸던 올리버 씨도 1년 전 브리프미 구독을 시작한 후 20년간 읽었던 한 일간지를 절독했다. 그는 “먹고 사는 일이 바빠 차분히 신문을 읽을 시간도 점점 줄어든다. 결국 이동 중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뉴스를 읽어야만 한다. 하지만 포털과 소셜미디어에는 논란이 된 국회의원과 연예인 관련된 뉴스뿐이어서 누군가가 중요한 뉴스를 정확히 골라 읽기 쉽게 전달해주길 바랬다. 이런 내게 ‘브리프미’ 같은 큐레이션 전문 매체는 일종의 선물”이라고 말했다.
마틸드 도이지 브리프미 기자 인터뷰
파리=김단비기자 kub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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