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심사제도 빈틈 파고든 브로커들… 불법체류자들 상대 ‘허위 난민신청’ 장사 최대 500만원 받고 ‘종교 박해’ 알선… 행정심판-소송 절차까지 대행 평균 18개월 걸려… 난민심사 ‘정체’ 사연 절박한 ‘진짜난민’들 이중고통
지난달 21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로비에 난민 신청을 하려는 외국인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전국에서 하루 평균 70∼80명의 외국인이 난민 신청을 한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심사제도의 빈틈을 악용해 돈을 버는 브로커들이 절박한 상황에 놓인 진짜 난민들을 울리고 있다. 7월 제주지방검찰청은 불법체류자들을 상대로 거액의 돈을 받고 허위 난민 신청을 사주한 브로커 조직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등에 광고를 내보내 불법체류자들에게서 수수료 300만∼500만 원을 받고 종교적 이유로 허위 난민 신청을 하게 했다.
브로커들이 악용하는 ‘빈틈’은 바로 출입국관리사무소의 평균 난민 심사 기간이 길다는 점이다. 난민법에선 난민 신청일로부터 6개월 내, 최대 1년 내 난민 심사를 끝내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인력 부족으로 심사가 6개월 이상 걸리는 경우가 대다수다. 일단 난민 신청을 하면 임시비자(G1 비자)가 발급돼 신청자들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한국에 체류할 수 있다. 설령 난민 불인정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의신청, 행정소송 등을 통해 평균적으로 1년 6개월∼2년 동안 합법적 체류가 가능하다. 이런 점을 이용해 브로커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취업비자 만료가 다가오는 외국인노동자, 불법체류자에게 ‘검은손’을 뻗치고 있다.
지난해 말 난민 인정을 받은 러시아 출신 옥사나 씨(40·여)에게 난민 브로커에 대해 묻자 “브로커들 때문에 선량한 신청자의 피해가 크다. 정말 화가 난다”며 울분을 토했다. 옥사나 씨도 재한 러시아인 친목 페이스북에서 브로커 광고를 여러 번 목격했다. 그는 “난민제도는 불법 체류자를 합법 체류자로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G1 비자를 받는다고 삶이 영원히 행복해지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최근엔 일부 종교 세력이 심사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도 있다. 중국 신흥종교인 ‘전능신교’는 심사 제도를 악용해 포섭한 신도들을 한국으로 데려오고 있다.
이번 달 중순에는 종교에 빠져 가정을 버리고 한국으로 떠난 가족을 찾기 위해 피해자들이 직접 한국을 찾았다. 전능신교가 중국에서 사교로 지정된 것은 맞으나 신청자들이 본국에서 박해받은 정황은 명확하지 않다고 법무부 관계자는 전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