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문재인 정부 정책, 이상-현실 괴리… 악마는 디테일에 있어”

입력 | 2017-12-02 03:00:00

한국정책학회 학술대회서 지적
“비정규직 전환, 勞勞갈등 초래… 공공선 의지 앞서 정교함 부족
외교정책 어정쩡… 입지축소 우려”




1일 인천 남구 인하대 6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한국정책학회 동계학술대회에서 ‘새로운 정부와 좋은 정책’을 주제로 참가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학술대회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대한 다양한 진단과 제언이 나왔다. 인천=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보면 이상과 현실에 분명한 괴리가 감지된다. 중요한 것은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점이다.”

국가 개혁이라는 과제를 안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약 7개월,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에 대해 이 같은 평가를 내놓았다. 1일 한국정책학회(회장 이용모 건국대 교수) 동계학술대회의 ‘새 정부의 정책: 이상과 현실’ 분과 토론에서 나온 지적이다.

최영준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 성장론의 뼈대인 노동과 복지 정책을 평가하며 “정책 의도는 좋지만 정교한 정책 대안이 없고, 중장기적인 정책 목표도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촛불집회에는 양극화와 고용불안 등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함께 실린 만큼 노동과 복지 정책을 핵심 과제로 삼은 점은 바람직하지만, 복잡한 문제를 풀어내기에 각 정책의 구체성과 정교함이 떨어진다고 평가한 것이다.

최 교수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려는 정부 방침과 그 과정에서 일어난 갈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학교 기간제 교사들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학교, 기간제 교사, 임용시험 준비생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어 “정규직-비정규직 간 채용 방식, 처우 등이 모두 다른 데다 정규직 전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공공선을 실현하겠다는 정부 의지가 앞섰다”고 말했다.

북한 문제 해결의 ‘운전대’를 잡겠다던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서도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구민교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4강(미중일러) 외교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극복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북핵 이슈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는 ‘코리아 패싱’도 원치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강경책에 깊이 연루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구 교수는 “어정쩡한 ‘균형외교’와 같은 소극적 자세로는 우리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질 것이다. 보다 적극적 자세로 미중 양국을 향한 ‘중첩 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우선 “북핵 문제는 결국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도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 노력에 적극 동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미국의 일방적인 대북 군사행동을 억지하기 위해서라도 한미동맹을 공고히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