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CBM 도발]문재인 정부, 대북 전략 변화 조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도발 등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1일 “북 핵·미사일 문제는 1차적으로 북한과 미국의 문제”라고 밝혔다. 그동안 청와대 안팎에선 이 같은 북-미 간 직접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론이 비공식적으로 거론되기는 했지만 고위 관계자가 이를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그동안 강조해 온 ‘한반도 운전석론’보다는 실질적 북핵 해결을 위해선 이제 북-미 간 담판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동시에 북한이 중국의 중재 역할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접근이 미국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화성-15형 도발 직후 “추가 독자 제재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 靑, “북-미 대화 희망”
당초 한반도 운전석론으로 남북관계를 주도해 북핵 문제 해결에 기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던 문 대통령은 북한이 갈수록 도발 수위를 높여가자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해결할 힘이 있지 않다”는 고민을 토로한 바 있다.
청와대 안팎에선 북한이 중국 특사의 방북 직후 화성-15형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것은 미국과 직접 대화를 요구하는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전날 60분간 전화 통화를 갖고 북핵 상황에 대한 판단을 공유하는 데 집중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의 핵무력 완성 선언으로 (오히려 북-미 간) 새로운 대화 국면으로 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 유화책 대신 제재로 北에 최대 압박
청와대가 이날 공개적으로 꺼낸 ‘북-미 간 해결론’은 다층적 포석을 깔고 있다. 무엇보다 김정은이 핵무기 소형화 등 ICBM 완성을 코앞에 둔 현 시점에서는 북한을 상대로 한 유화책이 큰 효과가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공조를 통한 강력한 대북 제재와 압박으로 북한을 몰아붙이면서 북-미 대화의 가능성을 내비쳐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을 견인하려는 복안이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 방한과 정상 통화 등을 통해 한층 가까워진 한미 정상 간 ‘케미스트리’를 통해 워싱턴에서 다시 꿈틀대는 대북 강경론을 견제하고 동시에 미국을 지렛대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 내겠다는 전략도 담겨 있는 듯하다.
청와대가 북한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와 올림픽 성공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를 위해 매달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취지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참가하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설사 북한이 불참하더라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고자 하는 목표 달성에 큰 차질을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