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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은 1차적으로 北-美간 문제”… 靑, 운전석에서 내리나

입력 | 2017-12-02 03:00:00

[北 ICBM 도발]문재인 정부, 대북 전략 변화 조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도발 등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1일 “북 핵·미사일 문제는 1차적으로 북한과 미국의 문제”라고 밝혔다. 그동안 청와대 안팎에선 이 같은 북-미 간 직접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론이 비공식적으로 거론되기는 했지만 고위 관계자가 이를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그동안 강조해 온 ‘한반도 운전석론’보다는 실질적 북핵 해결을 위해선 이제 북-미 간 담판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동시에 북한이 중국의 중재 역할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접근이 미국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화성-15형 도발 직후 “추가 독자 제재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 靑, “북-미 대화 희망”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 정부는 북한과 미국 간 대화를 통한 외교적 방식의 해결을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미 간 직접 대화에 대해 (한국이 빠진다고 해서) ‘코리아 패싱’을 우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내에서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북-미 직접 대화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차원을 넘어서 한국이 이를 위한 적극적인 역할에 나설 수 있다는 취지다.

당초 한반도 운전석론으로 남북관계를 주도해 북핵 문제 해결에 기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던 문 대통령은 북한이 갈수록 도발 수위를 높여가자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해결할 힘이 있지 않다”는 고민을 토로한 바 있다.

청와대 안팎에선 북한이 중국 특사의 방북 직후 화성-15형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것은 미국과 직접 대화를 요구하는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전날 60분간 전화 통화를 갖고 북핵 상황에 대한 판단을 공유하는 데 집중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의 핵무력 완성 선언으로 (오히려 북-미 간) 새로운 대화 국면으로 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 유화책 대신 제재로 北에 최대 압박

청와대가 이날 공개적으로 꺼낸 ‘북-미 간 해결론’은 다층적 포석을 깔고 있다. 무엇보다 김정은이 핵무기 소형화 등 ICBM 완성을 코앞에 둔 현 시점에서는 북한을 상대로 한 유화책이 큰 효과가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공조를 통한 강력한 대북 제재와 압박으로 북한을 몰아붙이면서 북-미 대화의 가능성을 내비쳐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을 견인하려는 복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대북) 레드라인(금지선)은 크게 의미가 없다. 한미 간 가장 단호한 압박과 제재를 하고 있고 중국에는 원유 공급 중단까지 요구하면서 계속해서 최고의 압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드라인’인 ICBM과 핵무기 소형화 완성을 증명해 협상력을 높이려 추가 도발을 감행해도 한국과 미국은 이를 공식 인정하지 않고 압박의 수위를 높이겠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정부도 독자적인 추가 대북 제재안 검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 방한과 정상 통화 등을 통해 한층 가까워진 한미 정상 간 ‘케미스트리’를 통해 워싱턴에서 다시 꿈틀대는 대북 강경론을 견제하고 동시에 미국을 지렛대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 내겠다는 전략도 담겨 있는 듯하다.

청와대가 북한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와 올림픽 성공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를 위해 매달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취지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참가하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설사 북한이 불참하더라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고자 하는 목표 달성에 큰 차질을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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