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대 고려 공급제한 언급… “北 협상으로 끌어낼 효과적 수단” 백악관, 틸러슨 경질설 부인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외교장관과의 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대북 원유 차단과 관련해 “우리는 전면 차단이 아니라 원유에 대한 제한을 더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 제한을 중국에 다시 촉구하는 동시에 전면 차단이 아닌 일부 공급 제한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도 처음으로 공개한 것이다.
그는 “우리는 중국이 원유와 관련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원유 차단은 지난번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낸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틸러슨 장관이 제한적인 차단을 언급한 것은 원유 전면 금수가 북한 정권의 붕괴로 이어지고 북한 주민의 삶을 파괴하는 인도주의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중국의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AFP통신은 “평양 경제를 휘청거리게 할 정도로 합의를 끌어내려는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틸러슨 장관은 이달 4∼8일 벨기에 오스트리아 프랑스를 순방할 예정이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외교장관 회의 등에 참석해 세계정세를 논의하고, 프랑스에선 북한 시리아 이란 등 양국 현안도 의논할 계획이다.
하지만 흔들리는 틸러슨 장관의 입지가 변수다. 미국 언론은 틸러슨 장관의 ‘연말 경질설’을 제기하고 후임에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점치고 있다. 이에 따른 외교안보 수장의 연쇄 이동과 업무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워싱턴 조야에서 나오고 있다. 온건파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위 재러드 쿠슈너 선임고문의 사임설도 제기됐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틸러슨 장관은 성공적인 트럼프 행정부의 첫해를 마무리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경질설을 부인했다. 라즈 샤 대변인도 콘과 쿠슈너 사임설에 대해 “순전히 추측일 뿐”이라고 밝혔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