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워싱턴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호감형은 아니다. 배우 조지 클루니를 닮은 CNN의 짐 아코스타 기자는 “트럼프의 표정에선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필요하면 누구라도 쓰고, 필요 없으면 버리는 게 트럼프의 용인술이다. 트럼프의 뒤통수에다 “멍청이”라고 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머지않아 잘릴 처지다.
지난달 30일 갤럽 조사에서 트럼프의 지지율은 36%까지 떨어졌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75%(1일 한국갤럽 발표)의 절반도 안 된다. 하지만 백인 중산층은 트럼프가 대선 때처럼 ‘침묵하는 다수’로 남아 여전히 그를 지지하고 있다. 최근 만난 50대 백인 변호사는 “트럼프 말고는 어떤 정치인도 미국의 불합리를 바로잡을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김정은을 미워할 수만도 없다. 5월 언론 인터뷰에서 “김정은과 만나면 영광”이라고 한 건 진짜 속내로 보인다. 북한 미사일 덕에 10월 총선에서 승리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김정은 이용법’ 개인 교사 역할을 했을 수도 있다.
독재자 성향이 강한 두 사람은 미묘한 관계다. 트럼프는 선거에 이기려면 김정은이 필요하고, 김정은은 핵무기 값을 제대로 받기 위해 트럼프를 이용해야 한다. 그게 정치인 트럼프와 김정은 관계의 본질이다.
핵을 손에 쥔 김정은은 이제 협상에 승부를 걸 것이다. 사실 북한의 몇 기 안 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는 ①SM-3→②지상기반요격체계(GBI)→③고고도방어체계(사드)→④PAC-3로 이어지는 미국의 4단계 미사일방어체계를 뚫기 힘들다. 그래서 기대만큼 협상력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포커 게임에서 ‘에이스 포카드’를 들었다고 꼭 이기는 건 아니다. 트럼프는 ‘스트레이트 플러시’를 쥔 미국 대통령이다.
그래서 협상 시점이 중요하다. 지난달 30일 워싱턴을 찾은 외교당국자는 “북한이 핵 완성을 선언한 것은 과학적 의미라기보다 정치적 선언에 가깝다”며 “완성 전에 오히려 협상력이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핵 포기 여지가 있을 때 값을 더 쳐줄 수 있다는 논리였다. 결국 김정은은 제재가 자신을 무너뜨리기 전에, 또 중간선거 전에 청구서를 내밀려고 할 것이다. 그래야 트럼프에게 대접을 받는다.
박정훈 워싱턴특파원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