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새로운 선지자들/니콜 애쇼프 지음·황성원 옮김/240쪽·1만5000원·펜타그램
페이스북최고운영책임자셰릴샌드버그.펜타그램제공
자신만의 매력적인 성공 스토리로 세계인의 ‘멘토’로 활약하는 사람들이 있다. ‘린인: 여성, 일, 리더가 될 의지’를 출간하며 여성에게 권력 쟁취를 격려하는 성공한 여성의 표상이 된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 셰릴 샌드버그, ‘생태 경영’ 철학으로 대중을 사로잡은 세계 최대 유기농 식품 매장 홀푸드 최고경영자 존 매키, 가난한 흑인 여자아이에서 미디어계의 거물이 된 오프라 윈프리, 세계 최고의 부자이자 세계 최대의 기부자인 게이츠재단 설립자 빌 게이츠….
급진주의를 표방하는 미국 잡지 자코뱅의 편집주간인 저자는 이들을 ‘자본주의의 선지자’라 명명한다. 자본주의 선지자들의 성공 이야기가 되레 사회구조적 문제들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성공 여부를 개인의 능력과 근면, 성실의 문제로 귀결시켜 노동 착취 시스템을 견고하게 만든다고 비판한다. 또 이들의 성공 스토리는 기존의 신자유주의 논리와 궤를 같이해 부와 힘의 불평등을 강화시킨다고 주장한다.
가난한 흑인 미혼모의 딸로 태어나 미국 미디어산업의 디바로 등극한 오프라 윈프리는 냉혹한 현실 경쟁에서 패배한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고 자신만의 개성을 찾아 나선다면 얼마든지 자신과 같이 부와 성공을 거머쥘 수 있다고 응원하지만, 저자는 윈프리의 이야기가 불평등이 만연한 정치·경제·사회적 구조를 가린다고 지적한다. 이 외에도 저자는 ‘착한 경영’을 내세운 유기농 식품 체인 홀푸드 최고경영자 존 매키의 철학은 환경을 짓밟는 기업과 시장의 문제점을 은폐하게 만들고, 세계 최대 기부자인 빌 게이츠 역시 자본주의에서 비롯된 부의 불평등 문제를 자본주의 시장 범위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풀어 나가려 한다고 비판한다. 신화적인 인물을 비틀어 본 저자의 시각이 신선하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