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펠리페 2세 시대의 지중해 세계/페르낭 브로델 지음/주경철, 조준희, 남종국, 윤은주 옮김/1부 572쪽, 2부 상권 442쪽, 2부 하권 424쪽·각권 2만5000원·까치
‘아날 학파’의 거두로 20세기 역사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저자(1902∼1985)는 이 같은 지리적 환경을 인간 행위의 배경이 아니라 기초적인 인간 활동을 지배하는 또 다른 행위 주체로 봤다. ‘지리적 시간’은 거의 움직이지 않는 듯 느리게 흘러간다. 반복적이고 거의 영속적이다.
저자는 2차대전 중 독일군 포로로 잡혀 수용소에서 이 책을 썼다. 훗날 ‘역사학의 교황’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역사학을 중심으로 다른 학문들을 통합하는 인간학 연구를 주도했다.
역사적 시간의 3분(分) 구조는 ‘구조―국면―사건’으로 변형돼 저자의 또 다른 고전 ‘15∼18세기 물질문명, 경제, 자본주의’(‘물질문명과 자본주의’로 번역 출간)로 이어졌다. 끊임없이 정보들이 이어지는 연구서이기에 웬만한 서양사 지식이 없는 독자가 읽기에는 만만치 않지만 ‘고전이 왜 고전인지’ 보여주는 깊이가 담겼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