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이지수 옮김/448쪽·1만8000원·바다출판사
도쿄에서 발생한 4남매 방치 사건을 영화로 옮긴 ‘아무도 모른다’(2004년) 배우들과 함께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가운데). 바다출판사 제공
기획부터 출간까지 8년이 걸린 첫 자서전이다. 그는 서문에서 “TV 방언이 밴 변칙적 영화 언어를 쓰는, 순수 영화인이 아닌 영화감독”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데뷔작 ‘환상의 빛’(1995년)부터 이탈리아 베니스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고 4년 전 프랑스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을 받은 감독으로 참말 박한 자평이다.
조곤조곤한 목소리를 그대로 옮긴 듯한 문장마다 창작의 뿌리에 대한 겸허한 자각이 스며 있다. 와세다대에서 문학을 전공한 그의 첫 직업은 TV 다큐멘터리 연출가였다. “TV라는 매체가 무엇인지 질문하는 과감한 실험의 시대”였던 어린 시절 기억을 소중히 끌어안고 성장한 그가 영상 작업을 통해 추구해온 가치가 무엇인지 하나하나 확인하게 하는 책이다.
“가슴속 슬픔에 대해 누군가에게 말할 수 있다는 점이 인간의 씩씩함이자 아름다움 아닐까요. 그 슬픔을 받아주는 쪽이 될 수 있었던 체험은 제게 매우 귀중했습니다. 그 뒤로 찍은 제 많은 작품은 누군가 또는 저 자신의 슬픔을 치유하는 과정이 됐습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