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 파파, 냥이 집사를 잡아라]<上> 성장하는 펫 산업
볼보자동차의 ‘도그 게이트’는 반려견을 차 안에 안전하게 태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품이다. 볼보자동차 제공
아이들이란 다름 아닌 정 씨의 반려견들이다. 1인 가구인 정 씨는 비숑 프리제와 푸들을 각각 4년과 2년 전 입양했다. 반려견을 위해 쓰는 비용은 한 달에 20만 원 이상이다. 털을 손질해주는 미용비용과 사료 및 배변패드 구입비용이 주를 이룬다.
병원 진료비도 아끼지 않는다. 2개월 전에는 한 마리가 교통사고를 당해 진료를 받을 때마다 80만 원이 들었다. 정 씨는 “퇴근 후 집에 가면 반기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입양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씨와 같은 ‘펫팸족’이 2, 3년 전부터 국내 소비시장의 ‘큰손’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고 이들에게 아낌없이 쓰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펫코노미(pet+economy)’도 꽃피기 시작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올해 5월 15세 이상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37.1%는 한 달 평균 20만 원 이상을 반려동물에게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의 2013년 조사 결과(20.6%)보다 16.5%포인트 높은 수치다.
1인 가구 증가는 펫팸족 확산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율은 2010년 23.9%에서 지난해 27.9%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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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의 고급화가 대표적이다. 하림펫푸드가 6월 출시한 반려동물용 사료인 ‘더 리얼’ 시리즈는 사람이 먹는 것과 같은 등급의 ‘휴먼 그레이드(Human Grade)’를 표방하고 있다. 최근에는 곡물 알레르기가 있는 반려견을 고려해 옥수수, 밀 등을 뺀 ‘더 리얼 그레인 프리’도 내놨다.
고유찬 하림펫푸드 대표는 “이제 반려동물은 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가족으로 자리 잡았다”며 “펫푸드 산업의 최근 추세는 이들의 건강을 고려해 사람도 먹을 수 있을 정도의 품질을 갖춘 제품을 내놓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유아 관련 시장은 반려동물 용품 및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주부들이 출산, 육아 등의 정보를 공유하듯이 반려동물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서비스도 인기 있다. 9월 첫선을 보인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아지냥이’는 출시 2개월 만에 25만 명이 내려받았다. 이 앱에는 자신이 키우는 개나 고양이의 사진을 올리거나 건강관리를 위한 정보를 공유하는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온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점차 반려동물을 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가족이자 타인에게 나를 드러내는 대상이라고 보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프리미엄 제품의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라며 “1인 가구가 늘어날수록 반려동물 산업은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창규 채널A 기자 k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