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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턱밑 위협하는 ‘러시아 스캔들’… “특검, 백악관 문 열었다”

입력 | 2017-12-04 03:00:00

“인수위 고위관계자 지시로 러 접촉”… 플린 前백악관보좌관 법정진술
언론 “트럼프 사위 쿠슈너 지목한것” 트럼프 “어떤 공모도 없었다” 펄쩍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가 러시아 대선 개입 의혹 수사에서 백악관의 문을 열었다.”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1일(현지 시간)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고위 관계자 지시를 받고 러시아와 접촉했다”고 법정진술하자 이런 평가를 내놨다. CNN을 비롯한 대다수 현지 언론들이 이 고위 관계자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사진)이라고 지목했다. 특검 수사가 백악관을 정면으로 겨냥하게 된 것이다.

플린은 이날 수도 워싱턴 연방법원에 출석해 “트럼프 대선 승리 직후인 지난해 12월 22일 대통령직 인수위의 ‘매우 높은 관계자’로부터 러시아 정부 관계자들을 접촉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지난해 12월 세르게이 키슬랴크 전 주미 러시아대사와 접촉한 뒤 거짓 진술을 한 혐의로 뮬러 특검에 기소된 플린은 유죄답변거래(플리바긴)를 통해 이같이 진술했다고 미 언론들이 공판 서류 등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는 특검이 아들과 관련해 중범죄 혐의를 잡아 압박하자 거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플린은 ‘키슬랴크 대사를 만났을 당시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유엔 결의안의 표결을 무산시키거나 연기시키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는 혐의만 인정했으며, ‘러시아와의 선거 공모’와 반역 혐의는 부인했다.

쿠슈너는 트럼프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갖는 핵심 실세여서 이번 사건에 트럼프 대통령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유대인인 쿠슈너는 지난해 12월 팔레스타인 자치령인 서안 지역에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 중단을 촉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막기 위해 전방위로 움직였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쿠슈너가 플린을 시켜 러시아에 표결을 무산시키도록 하고, 그 대가로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풀어주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게 관련 의혹의 핵심이다.

쿠슈너 이외에도 대선 기간에 러시아 로비스트와 만나 러시아 제재를 풀겠다고 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도 수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플린의 진술을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의 대선 공모 혐의로 연결시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플린이 연방법원에서 공모 혐의를 부인한 데다 공모가 있었다는 걸 입증하더라도 실제 실행에 옮겼는지 여부까지 밝혀내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제이 세큘로는 “공모와 관련한 법령이 없기 때문에 캠프와 러시아 간 공모가 있었어도 불법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이날 트위터에 “정권 인수기에 그(플린)가 한 행동들은 합법적인 것이었다. 유감이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내가 플린을 해임해야 했던 것은 그가 부통령과 연방수사국(FBI)에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라며 “그는 이러한 거짓말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플린이 진술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서도 “플린이 수사관들에게 뭐라고 진술할지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러시아와) 공모는 없었다”며 “밝혀진 것은 공모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기쁘다”고 말했다. 백악관도 “플린의 진술이 현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