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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갈치서 싸우는 ‘블랙 팬서’… 마블 “한국인 히어로 곧 나올것”

입력 | 2017-12-04 03:00:00

해외 제작사들, 한국 영화시장 커지면서 찍을 때부터 한국관객 염두




마블이 최근 공개한 ‘블랙 팬서’ 예고편에는 부산 곳곳의 모습이 담겼다. 한밤의 자동차 추격신 뒤로 한글이 쓰인 음식점과 병원 간판이 눈에 띈다. 인터넷 화면 캡처

최근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내부에서는 ‘한국 내 스타워즈 흥행 대책회의’가 열렸다. SF영화 ‘스타워즈’ 시리즈는 세계적으로 탄탄하고 다양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지만 유독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흥행이 부진한 탓에 한국 내 흥행 방안을 고민하기 위해서였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한국이 큰 영화시장으로 성장해 흥행 여부에 대한 전 세계의 주목도가 높아졌다”며 “마니아틱한 영화라는 편견을 벗고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지 고민한 자리”라고 전했다.

○ “한국 관객 잡아라”

한국 영화시장이 외화 매출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면서 콧대 높은 외국 영화 제작사들도 제작 단계부터 한국 관객을 염두에 둔 전략을 속속 세우고 있다. 한국이 배경으로 스쳐지나가는 것에서 더 나아가 한국 걸그룹의 케이팝 뮤직비디오를 등장시키거나 한국에서 가장 먼저 영화를 개봉하는 등 ‘한국 관객 사로잡기’에 골몰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개봉한 DC의 히어로 영화 ‘저스티스 리그’가 대표적이다. 걸그룹 블랙핑크의 노래 ‘마지막처럼’ 뮤직비디오 장면이 등장하고 1분간 음악이 흐른다. 극중 주인공이 케이팝 마니아로 등장하는데 평소 이 뮤직비디오를 시청한다는 설정에 맞춰 삽입된 것. 해당 역을 맡은 할리우드 배우 에즈라 밀러는 영화 홍보 과정에서 ‘케이팝 팬’임을 자처했고, 뮤직비디오 속 춤까지 따라 추면서 한국 팬 사로잡기에 나섰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저스티스 리그’는 현재까지 한국에서 관객 170만 명 이상을 유치하며 중국, 영국, 브라질 다음으로 많은 수익을 내고 있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출연한 한국 배우 수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 ‘한국인 히어로’도 나올까

히어로 영화의 전투신 배경으로 한국이 잇달아 등장하자 세계 팬들로부터 “악당들은 왜 유독 한국에 자주 출몰하나?”라는 반응까지 나올 정도다. 마블이 내년 2월 개봉을 앞두고 공개한 히어로 영화 ‘블랙 팬서’의 예고편에는 부산의 성형외과와 콩나물 해장국집 간판 등이 눈에 띈다. 주인공이 부산 광안리 해변을 질주하고 자갈치 시장에서 악당과 싸운다. 블랙 팬서 측은 국내 촬영과 더불어 영화에 출연할 18∼80세 한국인 단역배우 모집공고를 띄우기도 해 관객들의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다.

미국 박스오피스 집계사이트 모조에 따르면 한국 관객의 ‘마블 충성도’는 높은 편이다. 10월 개봉해 470만 관객을 모은 ‘토르: 라그나로크’의 경우 한국에서 3529만 달러(약 383억6000만 원)를 벌어들이며 중국,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2015년 한국에서 1049만 관객을 모으며 그해 박스오피스 3위를 기록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익을 올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최근 한국을 찾은 마블의 C B 서벌스키 부사장은 한국 시장을 의식해 “빠른 시일 내에 ‘한국인 히어로’도 나올 것”이라고도 밝히기도 했다.

한국 내 흥행 여부가 주목받으면서 북미 지역보다 영화를 먼저 개봉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토르: 라그나로크’도 북미 지역보다 일주일 이상 빠른 10월 25일에 국내 개봉했고, 내년 개봉 예정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역시 5월 북미 개봉보다 앞선 4월 국내에서 먼저 베일을 벗을 예정이다.

김형호 영화시장분석가는 “지난해 한국 매출이 마블 전체 해외 매출의 6.4%를 차지했는데 중국 15.5%, 영국 8.5%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라며 “앞으로도 충성도가 높은 한국 팬 사로잡기 노력은 더 다양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