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간 문 연 특별한 식당 이야기 담은 ‘주문과 맞지 않는 요리점’
이 식당에서 음식을 서빙하는 종업원은 모두 치매를 앓는 이들이다. 기억력이 온전치 않다 보니 온갖 사고가 생겼다. 음료와 음식을 헷갈리는 건 다반사. 수프 대신 샐러드만 두 번 나가기도 했고, 주문 받는 걸 잊어버리고 앉아서 손님들과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짜증을 부리거나 화를 내는 손님은 아무도 없었다.
최근 나온 ‘주문과 맞지 않는 요리점’(사진)은 당시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방송국 PD 오구니 시로(小國士郞) 씨가 행사의 의미와 준비 과정, 참석자들의 회상 등을 묶어 낸 책이다.
오구니 씨는 지난해 말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 드림팀을 꾸렸다. 국제 대회에서 상을 받은 광고 전문가, 일본 최대 포털 사이트의 편집 책임자, 최대 크라우드펀딩 회사의 창업자 등이 기꺼이 동참했다.
이들은 두 가지 원칙을 정했다. 식당으로서 안전하며 맛있는 음식을 제공한다는 것, 그리고 일부러 틀리게 하지 않는다는 것. 치매에 걸린 이들의 실수를 고객들이 너그럽게 받아들이도록 여러 장치도 마련했다. 최고의 음식 전문가들이 균일가(1000엔)로 창의적 메뉴를 개발했고, 유머러스한 로고와 아기자기한 소품을 배치했다. 위생에도 특히 신경을 썼다. 경비는 크라우드펀딩으로 취지에 동참하는 이들을 모아 마련했다.
행사 날에는 곳곳에서 감동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4년 전 부인이 치매에 걸린 부부는 피아노와 첼로 합주를 했다. 몇 번 틀렸지만 환호가 쏟아졌고 부인은 다시 피아노 연주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 지적장애 아들을 둔 부모도, 암 말기 환자도 식당을 찾아 맛있는 요리를 먹으면서 사회와 소통하고, 자신답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을 경험했다.
종업원으로 일했던 치매 노인들은 아직 자신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타인을 위해 뭔가 할 수 있다는 것에 고무된 표정이었다. 물론 며칠 후엔 식당에서 일했던 기억도 사라져 버렸지만…. 그렇다고 행복했던 그 순간이 의미가 없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