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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 40곳은 ‘자녀 이중국적’ 파악도 안해… 인사검증에 ‘구멍’

입력 | 2017-12-04 03:00:00

고위공무원단 실태 조사해보니
李총리 “자료 내라” 공개 지시에도 “개인정보 보호” 내세워 제출거부도
‘신고 의무화’ 외교부 1곳에 그쳐… 국적 취득과정 검증 장치 필요




현행법상 고위공직자의 외국 영주권 보유를 금지하거나 배우자, 자녀 등 가족이 외국 국적을 취득한 경우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는 부처는 전체 정부 기관 52곳 중 외무공무원법의 적용을 받는 외교부가 유일하다. 고위공직자 자녀의 이중 국적 보유는 사실상 법적 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고위공직자의 미성년 자녀가 외국 국적을 취득한 경위에 문제가 있었는지 확인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우선 고위공직자 가족의 이중 국적 보유 실태부터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동아일보가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실을 통해 정부 부처 52곳의 장관급 28명, 차관급 77명과 고위공무원단 1495명에 대해 자녀의 이중 국적 여부를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장차관급 105명 중 최소 9명 이상은 자녀가 이중 국적을 보유 중이었다. 장차관급이 모두 4명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명, 차관급만 3명인 인사혁신처는 2명의 자녀가 이중 국적을 보유하고 있었다.

장차관급 중 자녀가 이중 국적자로 확인된 경우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등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관련 내용이 공개된 3명뿐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인사혁신처, 과기부는 해당 부처 장차관 자녀가 이중 국적자라는 사실만 공개하고 구체적으로 누구의 어느 자녀가 이중 국적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조사 대상 전체 52곳 가운데 법무부 등 12곳만 장차관과 고위공무원단 자녀의 이중 국적 여부를 파악했고 기재부 등 28곳은 장차관에 대해서만 해당 사항을 파악했다. 국무조정실 등 3곳은 자료를 제출하면서 장차관급과 고위공무원단을 따로 구분하지 않았다. 고위공무원단이 293명에 이르는 외교부는 자녀 이중 국적 보유자가 21명이었다. 각각 58명의 고위공무원단이 있는 과기부는 8명, 교육부는 5명의 자녀가 이중 국적 보유자였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달 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위공직자 자녀 이중 국적 보유 여부 자료를 요구하는 김 의원 질의에 “각 부처는 자료를 내라. 감출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 매우 어리석은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자료 제출을 지시했다.

하지만 국가안보실과 산업통상자원부 등 4개 부처는 관련 내용을 파악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대통령비서실과 국토교통부 등 5곳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아예 답변을 거부했다. 김 의원실이 9월 말부터 두 달 넘게 자료를 요청하고 총리가 지원사격에 나섰지만 배짱을 부린 것이다. 이런 조사 결과로 볼 때 이중 국적 자녀를 둔 장차관급 인사 등 고위공직자가 이번에 파악된 것보다 많을 가능성이 높다.

고위공직자 자녀의 이중 국적 보유 문제는 단순한 도덕성 문제가 아니다. 해당 공직자가 가족의 외국 국적과 그에 따른 이해관계 때문에 국익에 반하는 결정이나 행동을 할 가능성 때문이다.

김 의원은 “자녀의 외국 국적 보유 및 취득 사실을 인사혁신처장에게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 개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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