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훈 출판평론가
중국 문학사에서 2018년은 구어체 백화문(白話文)으로 쓴 중국 최초의 현대소설, 루쉰(魯迅)의 ‘광인일기’ 100주년이다. 1918년 5월 잡지 ‘신청년’에 발표됐다. 피해망상에 빠진 사람의 일기 형식으로 전통 가족제도의 비인간성과 유교 도덕의 위선을 고발한다. 본명 저우수런(周樹人) 대신 필명 루쉰을 처음 쓴 것도 이 작품에서였으니, 문학적 자아로서의 ‘작가 루쉰’ 탄생 100주년인 셈.
유럽으로 눈을 돌리면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제2권,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가 1918년에 출간됐다. 작가는 제1권 ‘스완네 집 쪽으로’를 1913년에 자비로 펴내야 했지만, 이후 독창성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프루스트는 제2권으로 1919년 공쿠르상을 수상하면서 비로소 문학적 영광을 누렸다.
독일에서는 1918년 오스발트 슈펭글러가 ‘서구의 몰락’ 첫 권을 내놓았다. 1922년에 2권이 나온 이 책에서 슈펭글러는 역사를 살아 있는 유기체 비슷한 것으로 보았다. 세계대전과 러시아혁명 등으로 혼란스러운 당시 유럽을, 발전의 정점에서 쇠락하기 시작한 고대 그리스·로마 문명에 견주었다. 같은 해 하인리히 만은 빌헬름 2세 시대 독일 사회를 묘사한 ‘충복’을 발표했다. 이 소설은 6주 만에 10만 부가 팔렸다.
해마다 그해 100주년을 맞는 책을 한 권 읽어보는 건 어떨까.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았지만 2017년에 100주년인 책 몇 권은 이렇다. ‘루시 모드 몽고메리 자서전’, 루돌프 오토의 ‘성스러움의 의미’, 크누트 함순의 ‘땅의 혜택’, 아서 코넌 도일의 ‘홈스의 마지막 인사’, 베아트릭스 포터의 ‘애플리 대플리 자장가’.
표정훈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