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자본 투자 개발사업 4곳 중단… 건설사 수주 작년보다 43% 줄어
미분양 아파트 56개월만에 최고
2일 한산한 모습의 제주 제주시 연동 바오젠 거리. 중국어 간판을 내건 상점 중에는 ‘임대 문의’를 써 붙인 곳도 많았다. 제주=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2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일대의 한 복합관광단지 공사 현장에는 건물을 올리기 위해 엮어 만든 철골 구조물이 앙상한 뼈대를 드러낸 채 방치돼 있었다. 곳곳에 쌓아둔 철골과 목재는 녹이 슬거나 갈라져 있었고, 이를 잡초와 덤불이 에워싸고 있었다.
이 복합관광단지 사업은 중국 지유안그룹이 52만 m² 땅에 콘도와 호텔 등을 조성하려던 프로젝트다. 4월 착공했지만 6월 돌연 공사가 중단됐다.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해외송금 규제를 강화하면서 지유안그룹이 공사비를 조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주 현지의 한 하도급 업체 관계자는 “인건비, 자재비용 등 10억 원 넘게 손해를 봤다”고 말했다.
장재원 제주특별자치도청 투자유치과장은 “외국 투자자본을 다변화하려고 노력 중이지만 관광객 중 유커가 차지하는 비율이 압도적인 상황인 만큼 중국 아닌 다른 나라의 투자를 유치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건설경기도 직격탄을 맞았다. 제주 내 건설사 287곳이 올해 10월까지 수주한 공사는 전년 동기 대비 43%나 줄어든 6221억 원 규모로 집계됐다.
유커가 빠져나가면서 제주 부동산 시장도 얼어붙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0월 제주 내 주택매매거래량은 568건이다. 2013년 9월 이후 최저치다. 반면 10월 미분양 아파트는 1056채로 56개월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제주 분양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인이 몰리는 곳이 돈이 되는 곳’이라는 인식 때문에 중국인이 집을 사지 않으면 한국 사람들도 돈을 쓰지 않는 묘한 현상이 나타났다”고 입을 모았다. 제주 노형동 P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중국인의 돈이 풀리지 않으면 제주 주택시장의 침체가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제주=강성휘 기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