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한 의사 기자의 따듯한 약 이야기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쎄레브렉스, 엘리퀴스, 클라리틴.
장기간 약물 복용이 필요한 만성질환 환자에게 약물의 안전성은 치료 효과만큼이나 중요합니다. 부작용이 적은 치료제는 환자의 두려움을 해소하고 의료진의 심적 부담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전엔 치료 효과는 좋지만 출혈이나 위장관 장애를 일으켜 장기적인 사용이 어렵거나 투여 조건이 까다로운 약물이 많았습니다. 최근에는 치료 효과를 유지하면서 부작용을 줄이는 ‘따뜻한 약물’들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소염진통제인데요. 이 약은 항염증 및 진통작용으로 골관절염 환자의 통증 완화를 위해 널리 사용되는 약물입니다. 하지만 통증과 염증을 억제하는 과정에서 위점막 손상이나 속쓰림, 소화불량 등과 함께 생명을 위협하는 위출혈이나 십이지장의 궤양이 발생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했습니다.
항응고제인 ‘와파린’은 60년 동안 항응고제의 거의 유일한 약물로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와파린은 뇌중풍(뇌졸중) 위험이 높은 심방세동 환자의 뇌중풍 발병 위험을 낮춰주는 데 효과적인 약물이지만 △출혈 위험 △지속적인 모니터링 및 병원 방문에 따른 불편함 △일관되지 않은 치료 효과 등이 단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기존 치료제의 효과를 유지하면서도 와파린의 한계점을 개선한 신규 경구용 항응고제가 등장했습니다. 특히 항응고 치료 시 나타날 수 있는 출혈 발생 위험을 낮춘 점이 처방 확대로 이어지면서 항응고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약물로는 엘리퀴스, 자렐토, 프라닥사 등이 있습니다.
항히스타민제는 알레르기 비염의 주 치료 약제입니다. 가려움 재치기 등에 널리 사용되는 약제인데요. 이 성분은 인체 조직 내에서 각종 염증을 일으키는 히스타민과 경쟁해 히스타민 수용체와 결합함으로써 히스타민의 작용을 차단하는 약물입니다. 1세대 항히스타민제를 처음 사용한 사람 4명 중 1명꼴로 졸음 증상이 나타났으며, 졸음의 주관적인 느낌이 없는 경우에도 작업 능률이 떨어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2세대 항히스타민제는 일부 약제를 제외하고는 권장용량 이상으로 사용하지 않는 한 졸음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표적인 2세대 항히스타민제는 클라리틴(바이엘) 등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환자들의 안정성과 편리를 함께 높이는, 이런 따뜻한 약물들이 계속 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