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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금융공기업에도 희망퇴직제 도입 추진”

입력 | 2017-12-06 03:00:00

최종구 금융위원장 필요성 지적




금융당국이 금융공기업에 희망퇴직 제도를 도입해 신입 직원 채용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금융공기업은 임금피크제만 실시하고 있다. 현재 시중은행들이 시행하고 있는 희망퇴직 제도는 지금까지 금융공기업들이 한 번도 도입한 적이 없다. 이미 KDB산업은행 등 일부 금융공기업은 정부와 희망퇴직 도입 논의를 진행 중이다.

○ “고위직 희망퇴직으로 청년 일자리 창출”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9일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등 금융권 관계자들을 만나 “서울보증보험을 경영해 보니 희망퇴직 제도가 없어 일자리를 늘리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며 “지금 대책을 생각 중이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임기가 끝난 하 전 회장은 “일반 기업은 임금피크제와 희망퇴직을 동시에 진행해 정년퇴직을 앞둔 직원들에게 선택권을 주고 신입 일자리를 늘리는 데 활용한다”며 “금융공기업도 희망퇴직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최 위원장은 이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이날 자리를 같이한 최 위원장과 금융계 관계자들은 고임금을 받는 공기업 직원 한 명이 희망퇴직을 하면 두 명 이상의 신입 직원이 새 일자리를 구할 수 있고 구직난을 겪는 청년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데 뜻을 같이했다. 금융공기업은 안정적이고 임금 수준이 높아 청년에게 인기가 높은 일자리이지만 임금피크제만으로는 일자리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임금피크제는 장기 근속자의 인건비 부담을 줄여 신입 직원 봉급을 늘리는 데 쓸 순 있지만 임금피크제 대상자가 여전히 정원에 포함되기 때문에 새 일자리를 늘릴 수 없다. 예산과 조직 구성을 정부와 협의해야 하는 공기업의 특성상 인건비에 여유가 생겼다고 무작정 정원을 늘려 신입 직원을 뽑기도 어렵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금융공기업 희망퇴직의 필요성을 인식해 대책을 구상해 왔다”며 “관계 부처와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임금피크제 들어가는 직원들도 희망퇴직 원해

지금까지 금융공기업이 희망퇴직을 실시한 전례는 없다. 공공기관 규정에 따라 금융공기업 직원들도 공무원들처럼 명예퇴직을 선택할 수는 있지만 실제 이를 이용하는 직원은 많지 않다. 퇴직수당이 적어 차라리 회사에 남아 있는 게 낫기 때문이다.

현재 규정에 따르면 공무원 명예퇴직수당은 월급의 절반을 정년까지 남은 개월 수에 곱해 정한다. 가령 IBK기업은행에서 월급 600만 원을 받는 직원이 57세에 명예퇴직을 신청하면 300만 원에 36개월을 곱한 1억800만 원이 명예퇴직 수당이다. 임금피크제를 적용 받았을 때 남은 재직 기간 받을 수 있는 돈(1억4000만 원)보다 많이 모자란 금액이다.

하지만 일반 기업의 경우 희망퇴직을 선택하면 현재 월급 수준으로 수년 치 임금을 한 번에 챙겨준다. 이 때문에 일부 금융공기업 내에선 “임금피크제 대신 차라리 희망퇴직 제도를 도입해 달라”는 목소리가 높다. 임금피크제에 들어가면 기존보다 봉급이 깎이는 데다 이렇다 할 보직도 없이 업무 후선으로 밀리면서 조직 내 존재감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한 금융공기업의 인사 담당 직원은 “임금피크제에 들어가는 직원의 상당수가 희망퇴직 제도를 원하고 있다”며 “뚜렷하게 하는 일 없이 회사에 붙어있을 바에는 차라리 뭉칫돈을 받고 깔끔하게 퇴직하려는 수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예산이다. 공공기관이 희망퇴직 제도를 도입하면 해당 연도의 인건비 비중이 급상승하는데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희망퇴직을 하면 공기업 직원이 퇴직금과 위로금을 합쳐 수억 원씩 받아가는 셈인데 여론 추이를 보며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송충현 balgun@donga.com·강유현 / 세종=김준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