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 줄이자/시즌2]<20> 호주 시민이 만들고 지키는 안전
호주 야탈라의 한 도로에서 러셀 화이트 ARSF 대표가 쓰레기통에 붙은 ‘생명을 살리는 스티커(생명스티커)’를 설명하고 있다. 걷거나 뛰는 어린이 모습을 통해 운전자에게 보행자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 효과가 있다. 야탈라=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 도로에 신발을 내놓자 호주가 변했다
ARSF 탄생의 계기는 2007년 ‘사망자 없는 금요일(FFF·Fatality Free Friday)’ 캠페인이다. 매년 5월의 마지막 금요일 하루만큼은 교통사고 사망자를 없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날 교통사고로 숨진 사망자 수만큼의 신발을 도로 위에 놓거나 작은 우체통을 울타리 등에 걸어놓는다. ‘교통사고로 인한 비극이 당신에게 닥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는 약 20년 동안 시민과 학생을 대상으로 안전운전 강사(세이프티 드라이빙 트레이너)로 일했다. 매년 늘어나는 차량과 운전자, 이에 비례한 교통사고 피해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생각한 캠페인이다.
2013년 FFF(사망자 없는 금요일) 캠페인 기간 호주 퀸즐랜드 경찰이 바닥에 깔아놓은 신발. 교통사고 사망자로 목숨을 잃은 인원을 뜻한다. 호주 퀸즐랜드주 경찰 제공.
○ 시민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한다
생명스티커와 FFF처럼 ARSF는 실생활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교통안전 캠페인에 집중한다. 호주 어린이들이 메는 ‘안전가방’에는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제한속도인 시속 40km 표시가 있다. ‘움직이는 속도 경고 표지판’이다. 화이트 대표는 “떠오른 아이디어를 금방 실행하는 건 작은 조직의 장점이다. 하지만 더 넓게 확산시키려면 정부와 기업 언론 시민사회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호주 야탈라 ARSF 본부에서 ARSF 직원인 도나 케일리 씨(운전대에 앉은 사람)가 이동형 운전 시뮬레이션 장치를 시연하고 있다. 이 장치는 9년 전 러셀 화이트 대표(케일리 씨 뒤 서 있는 사람)가 호주 전국 어디서든 교통안전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삼성전자 모니터 3대를 활용해 직접 만들었다. 야탈라=서형석기자 skytree08@donga.com
김민우 교통안전공단 선임연구원은 “ARSF의 교통안전 캠페인은 교통안전의 수요자인 시민이 스스로 안전에 필요한 것을 기획, 실행하는 긍정적인 모델이다”라고 평가했다. 화이트 대표는 “개인의 노력으로 교통안전을 강화하기는 쉽지 않지만 공유와 협력의 힘으로 뭉친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ARSF와 호주의 경험을 한국에도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야탈라=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