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들의 삶 소재로 한 한미 두 드라마 비교해보니
남성 교도소를 주제로 한 tvN의 ‘슬기로운 감빵생활’(위 사진)과 여성 교도소를 주제로 한 미국드라마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두 드라마는 금기의 공간으로 여겨졌던 감옥 내부의 일상을 그려내 외면받은 사람에 대한 애정을 이야기한다. 넷플릭스·tvN 제공
김제혁은 파이퍼 채프먼을 떠오르게 한다. 채프먼은 2013년 방영을 시작해 최근 시즌5 방영을 마친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의 주인공이다. 채프먼은 뉴욕 브루클린에서 수제 목욕비누 사업을 시작하려던 31세의 코네티컷 출신 와스프(WASP·앵글로색슨계 백인)다. 미국 사회의 주류였던 그가 철없던 20대 시절 마약 운반에 가담했다는 혐의로 갑자기 교도소에 수감되면서 ‘오렌지’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사회의 주류에서 완전한 아웃사이더로 전락한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두 드라마는 거의 동일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나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처럼 금기의 공간이나 ‘사회적 죽음’의 공간으로만 그려졌던 감옥 안의 삶은 정말 어떤지 그 속살을 들여다보자는 것이다.
한편 최근 4회까지 방영을 마친 ‘감빵생활’은 냉소보다 인간적 감동에 초점을 둔 것이 관전 포인트다.
제혁을 오래전부터 알았던 지인들은 모두 ‘감옥에 있는 사람은 결국 범죄자니 아무도 믿지 말라’고 경고한다. 실제로 감옥에서 자신을 도와주겠다던 교도관이 뒷돈을 요구하고, 그를 미워하는 동료 수감자가 칼로 어깨를 찌르기도 한다. 하지만 때로는 조건 없이 자신을 돕는 동료 수감자에게 감동을 받고, 남몰래 어려운 동료를 도우며 제혁은 연대감을 형성한다.
‘응답하라’ 시리즈로 사랑받은 신원호 PD가 블랙 코미디를 들고나온 것은 커다란 모험이다. ‘남편 찾기’도 없고 ‘과거에 대한 향수’라는 매력적인 코드도 없다. 감옥이라는 소재, 낯선 배우, 주인공 중심이 아닌 캐릭터로 전개되는 구성 모두 국내 드라마에서는 새롭다. 남자 교도소가 배경인 만큼 남성 배우의 비중이 압도적이라는 한계도 있다.
하지만 충실한 고증을 바탕으로 한 사실적 묘사와 스타 배우보다 탄탄한 이야기를 무기로 내세운 ‘응답하라’의 성공 요인은 ‘감빵생활’에서도 돋보인다. 스스로의 모험에 대해 신 PD는 이렇게 말했다. “성적 욕심이 안 난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응답하라’와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좋은 배우들이 많이 발견되는 드라마였으면 좋겠습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