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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남녀 혈흔 육안 식별기술 세계 첫 개발

입력 | 2017-12-06 03:00:00

지난달 9일 강원 원주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전병원 법유전자과 연구관(왼쪽)과 김주영 연구사가 손을 잡고 활짝 웃고 있다. 이들은 세계 최초로 사건 현장에서 혈흔만으로 성별을 구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원주=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범인이 남긴 어떤 흔적도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강원 원주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본원에서 만난 법유전자과 전병원 연구관(49)의 말이다. 5일 국과수에 따르면 전 연구관과 동료들은 사건 현장에서 육안으로 남녀 혈흔을 식별할 수 있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기술은 짧은 DNA 사슬인 앱타머(aptamer)란 물질을 이용해 여성 호르몬이 포함된 혈흔만 선택적으로 발광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혈흔에 스프레이 형태 시약을 뿌리면 바로 구별할 수 있다. 기술이 상용화돼 범죄 현장에 적용되면 여성 혈흔을 손쉽게 발견해 DNA 정보를 채취할 수 있게 된다.

전 연구관은 2014년 ‘부산 가야동 고부(姑婦) 살인사건’ 현장에서 이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당시 사건 현장에는 피해자 여성들 혈흔이 흥건했다. 그러나 족적을 분석한 결과 범인은 남성이 유력했다. 전 연구관은 “현장에서 남녀 혈흔을 바로 식별한다면 범인의 흔적을 찾는 게 더 쉽지 않을까 고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수사기관에서 요청한 DNA 감정 업무를 처리하느라 연구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퇴근 후 밤샘 연구에 매진했다. 김주영 법유전자과 연구사(40)가 “앱타머 기술을 활용해 보자”고 제안하며 연구는 활기를 띠었다. 1년 넘게 동료 10명과 머리를 싸맨 끝에 개발에 성공했다.

연구 과정과 결과를 담은 논문 ‘앱타센서를 이용한 여성특이적인 혈흔식별 기술 개발’은 법과학 분야 유명 학술지 ‘인터내셔널 저널 오브 리걸 메디신(International Journal of Legal Medicine)’에 게재됐다.

원주=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