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세계에서 가장 비참한 나라를 꼽는다면 북한 시리아 그리고 예멘이지 않을까 싶다. 귀순병사의 기생충과 B형간염이 상징하는 북한의 곤궁함이나 이슬람 무장집단 이슬람국가(IS) 테러와 정부군 공습으로 국민이 죽어나가는 시리아는 잘 알려져 있다. 예멘도 심각하다. 정부가 사실상 무너진 가운데 지난 2년간 수니파와 시아파 내전으로 1만여 명이 숨졌다. 미드 ‘프리즌 브레이크’ 시즌5는 주인공 마이클이 독재 끝에 내전에 빠진 예멘에서 탈출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을 정도다.
▷4일 알리 압둘라 살레 전 예멘 대통령이 후티 반군에 의해 살해됨으로써 예멘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예멘을 33년간 통치해온 살레는 2011년 아랍을 휩쓴 민주화운동 ‘아랍의 봄’ 여파로 이듬해 2월 모든 범죄행위에 면책받는 조건으로 물러나고도 만수르 하디 현 대통령에 반대하며 복권을 노려왔다. 살레와 손잡았던 후티 반군은 사나의 사원 통제권을 두고 갈등을 벌이다 결국 그를 살해했다.
▷‘중동의 미친 개’로 불린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대통령은 2011년 국민봉기로 42년 철권통치의 막을 내렸다. 고향 시르테로 도망간 그는 반군에 의해 복부에 총을 맞고 살해됐다. 2011년 2월 축출된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 역시 집권 시 각종 비위로 6년간 복역한 뒤 올 초 석방됐다. 목숨을 부지하고 있긴 해도 ‘아랍의 봄’ 때 쫓겨난 중동 독재자 3인방이 똑같이 불행한 말로를 맞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1989년 총살당한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루마니아 대통령 부부, 땅속 은신처에 숨어 있다가 미군에 발견돼 2006년 교수형에 처해진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까지 독재자의 말로는 하나같이 비참하다. 최근엔 짐바브웨를 37년간 통치해온 로버트 무가베도 아내에게 권력을 이양하려다 탄핵과 국민 저항에 직면해 사임했지만 후임자가 측근이라 아직까진 무슨 일을 당하진 않았다. 달리던 자전거가 멈추는 순간 쓰러지는 것처럼 독재자는 권력을 잃는 순간 불행한 최후를 맞을 수밖에 없다. 독재자의 비극은 역사의 인과응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