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김상헌 응원단장.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응원가는 한국프로야구에서만 즐길 수 있는 독특한 응원 문화 중 하나다. 선수 개개인에게 붙여진 수백 개의 멜로디는 더 이상 단순히 흥을 돋우는 식의 노래 역할만을 하지는 않는다. 듣는 순간 그 선수의 플레이와 성향까지 떠올릴 수 있는 하나의 야구 컨텐츠로 자리한 지 오래다.
프리에이전트(FA)를 통해 롯데에서 삼성으로 이적한 강민호는 속칭 ‘전설’급 응원가를 가지고 있는 선수였다. 사직구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이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떼창’을 불러일으키는 모습은 가히 장관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제 이 전설의 응원가는 최소 4년간 모습을 감춘다.
강민호는 11월 30일 열린 삼성 입단식에서 “내 응원가는 삼성에서 쓰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그게 롯데 팬들에 대한 예의다”라며 못을 박았다. 순식간에 삼성 응원단은 거대한 겨울방학 숙제를 받아들게 됐다.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상황에 마주한 것이다.
김 단장이 마주한 숙제는 생각보다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야구 응원가는 수 년 전부터 저작권 문제로 인해 여러 제작 난관에 부딪힌 상황이다. 김 단장은 구단과 대행사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 간의 협의를 통해 응원가 제작에 몰두하는 중이다. 그는 “걸음마 수준이지만 양질의 응원가를 만들기 위해 작곡 공부까지 하고 있다. 강민호 선수의 응원가는 여러 곡을 선별한 뒤 구단과의 최종협의를 통해 제작하겠다. 최선을 다 하고 있다. 지켜봐 달라”며 강한 의지를 불태웠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