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명·부산경남취재본부
발단은 2013년 제정된 ‘공립어린이집 원장 정년을 60세로 정한다’는 내용이 담긴 조례였다. 구는 2015년 7월 이 조례를 근거로 관내 공립어린이집 2곳 원장의 정년이 됐다며 새 위탁자를 공모했다. 당시 이들 원장은 위탁계약 기간 5년에서 2년이 남은 상태였다. 하지만 공모는 해당 원장들이 낸 공모 중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중단됐다.
두 원장은 조례가 상위법에 배치되는 위법이라며 수차례 탄원했지만 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이들의 민원을 접수한 국민권익위원회는 구에 해당 조례를 개정하거나 폐지할 것을 권고했다. 영유아보호법에 어린이집 원장의 정년 규정이 없는 데다 비슷한 소송에서 이미 대법원이 정년 제한을 위법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런데도 구는 “권익위 권고는 강제력이 없다”면서 밀어붙였다.
1심에 이어 부산고등법원도 올 10월 두 원장의 손을 들어줬다. 정년을 제한한 조례 자체가 적법하지 않아 이를 근거로 위탁계약을 해지하는 건 위법하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두 원장에게는 ‘상처뿐인 승리’였다. 구는 지난달로 위탁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두 원장을 대신할 위탁계약자 공모를 진행해 새로운 사람을 선정했다. 두 원장은 공모에 응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구는 지난달 대법원에 상고했다. 항소심 판결이 뒤집힐 확률은 매우 작다는 것을 알면서도 끌고 간 것이다. 부산진구 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에 따르면 그동안 소송에 들어간 돈은 약 8400만 원이다. 상고 절차까지 다 치르면 1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굳이 패소가 확실한 소송을 이어가는 이유가 뭔지 의문이다. 이 돈은 모두 구민들의 세금에서 나온다. ‘오기(傲氣) 행정’이란 비난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강성명·부산경남취재본부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