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장성에 갇힌 한국관광]<3·끝> 고부가 선진관광으로 가려면
1, 2년에 1회꼴로 한국을 방문했다는 인도네시아인 관광객 리아 씨(29·여)는 최근 서울에서 기자와 만났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정으로 ‘비무장지대(DMZ) 투어’를 꼽았다. 민통선 내 캠프 그리브스를 포함해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 제3땅굴 등을 돌아보는 DMZ 투어는 세계 어디서도 경험할 수 없는 체험 관광 상품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의 역사와 분단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고 말했다.
다도해 풍경과 더불어 케이블카 등 체험형 관광을 내세운 경남 통영도 남해안의 자연환경을 활용해 관광객 몰이를 하고 있다. 송호천 통영시 해양관광과 계장은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트레킹을 즐기려는 배낭여행객 등 외국인 관광객 증가가 통영 관광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 “‘고부가가치 선진 관광’ 되려면 한국만의 콘텐츠 상품 육성해야”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관광 상품으로 손꼽히는 한국 의료 관광의 경우 관광객 1명이 한국에서 지출하는 금액이 8821달러(약 970만 원)로 일반 관광객(991달러)의 약 9배에 이른다. 크루즈 관광이나 마이스(MICE·기업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회) 관광도 부가가치가 높다.
현재 싸구려 관광으로 굳어진 쇼핑도 우리만의 특색을 살리면 고부가가치 관광 콘텐츠가 될 수 있다. 김철원 경희대 관광학과 교수는 “전통 공예품을 만드는 장인(匠人) 문화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한국만의 경쟁력과 부가가치를 함께 올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 다변화를 하면 ‘싸구려 쇼핑 관광’ 이미지가 더 굳어질 수 있다”며 “시장 다변화는 악습을 바꾸려는 구조적 노력이 병행돼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한국 관광 업그레이드할 범정부 차원의 종합 컨트롤타워 필요
정부는 중국 ‘한한령(限韓令)’ 한파가 몰아치는 동안 시장 다변화, 고부가가치 콘텐츠 육성 같은 대응 방안을 발표하고 시행해 왔다. 동남아 고성장 7개국을 각각 겨냥한 테마 상품 30선을 개발하고 무슬림 친화적인 시장 분위기 조성에도 노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을 체험할 수 있는 고품격 프리미엄 웰니스 상품으로 개발된 한방 체험, 한국 숲 걷기 등 상품 리스트 25선을 만들어 7월부터 운영 중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런 노력을 평가하면서도 “한국 관광의 근본적 혁신을 위해선 각 분야의 현황을 공유하고, 급변하는 관광 환경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범정부적 컨트롤타워와 운영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조언한다.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관광 관련 범정부 회의가 간혹 개최되곤 하지만 비정기적인 데다 형식적일 때가 많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신용석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 국가들은 중국 등 특정 국가에 대한 관광 의존도는 낮아지고, 관광 수입은 계속 늘고 있다. 관계 부처가 함께 토론하고 협력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영향이 크다. 우리도 이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가인 gain@donga.com·강성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