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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미술 시장, 저평가된 여성작가에 눈돌리는 추세”

입력 | 2017-12-07 03:00:00

美-獨 갤러리, 3人의 한국인 디렉터




세계 미술시장에 국내 미술가들을 활발하게 소개하고 있는 차세대 갤러리스트 세 명이 최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 모였다. 왼쪽부터 독일 슈프뤼트 마거스 갤러리의 오시내 시니어 디렉터, 미국 리만머핀 갤러리 서울사무소(14일 개관 예정)의 손엠마 디렉터, 미국 페이스 갤러리 서울지점의 이영주 디렉터. 오른쪽 작은 사진은 위부터 오 씨, 손 씨, 이 씨가 각각 일하는 갤러리.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10여 년 전만 해도 외국의 갤러리에서 일하는 한국인을 찾기 어려웠다. 최근엔 국제 감각을 갖춘 한국인 갤러리스트들이 세계적 화랑에서 일하면서 국내 작가들을 글로벌 무대에 적극 소개하고 있다. 최신 미술 정보와 흐름을 국내 고객들에게 발 빠르게 전달하기도 한다.

독일 슈프뤼트 마거스 갤러리의 오시내 시니어 디렉터(42), 미국 페이스 갤러리 서울지점
의 이영주 디렉터(40), 미국 리만머핀 갤러리 서울사무소(14일 개관 예정)의 손엠마 디렉터(45)를 최근 만나 ‘세계 미술시장에서 한국인 갤러리스트로 산다는 것’에 대해 들어봤다.

오 디렉터는 미술사를 전공한 뒤 한국 PKM 갤러리, 독일 에스터 시퍼 갤러리 디렉터를 거쳐 슈프뤼트 마거스의 시니어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이 갤러리는 모니카 슈프뤼트와 필로메네 마거스가 1983년에 세운 갤러리로, 두 여성은 세계적 미술전문지 ‘아트리뷰’가 선정한 ‘파워인물 2017’ 100명 중 20위에 올랐다. 그는 “두 대표는 1980년대부터 바버라 크루거, 신디 셔먼 등 여성 현대미술 작가들이 커리어 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도왔다”며 “이들로부터 철저한 작가·고객 관리를 배운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초엔 아시아 작가들의 전시를 기획해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 은사자상을 받은 한국 작가 임흥순을 유럽에 알렸다. 탈북 여성이 북한산과 북한강을 걷는 모습을 두 개의 화면에 담은 영상작품은 전시가 시작되자마자 팔렸다. “독일도 우리처럼 분단을 겪어서인지 반응이 좋았어요. 미술사에 중요한 작가 곁에 늘 아낌없이 돕는 갤러리스트가 있어 왔듯 ‘제2의 백남준’ 같은 한국 작가들을 발굴하고 후배 갤러리스트도 길러내고 싶어요.”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일했던 이 디렉터는 2년여 준비 끝에 올해 3월 페이스 한국사무소를 열었다. 뉴욕 페이스는 미술사적으로 유명한 대가들을 전속으로 둔 갤러리로, 한국인으로는 이우환 화백이 전속이다.

세계적 갤러리들의 최대 강점은 신속한 시장정보다. 그는 “요즘 세계 미술시장은 아그네스 마틴 등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왔던 좋은 여성 작가들에게 눈을 돌리는 경향”이라며 “또 최근 10년 만에 전시를 한 88세 스웨덴 팝아트 거장 클라스 올든버그의 작품들은 전시 시작 전부터 뉴욕현대미술관 측이 와서 구입 예약을 할 정도로 인기”라고 전했다.

10년 전부터 서울 갤러리 엠을 운영하며 해외 아트페어에 나가 한국 작가들을 소개해 온 손 디렉터는 14일부터는 리만머핀 서울사무소의 대표도 겸한다. 실험적 작가를 선호하는 리만머핀은 20년 전 한국 작가 서도호가 뉴욕 예일대 대학원을 졸업할 무렵부터 전속 계약을 맺어 세계적 작가로 성장하는 걸 함께했다.

서울 청담동 크리스티앙디오르 플래그십 스토어에 이불 작가의 작품을 설치한 것도 리만머핀이다. 손 디렉터는 “리만머핀은 작가의 작업실을 다니면서 오로지 작업에만 집중해 평생 한 길을 갈 수 있는 작가를 찾는다”며 “다양한 재료로 작업하는 작가에게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글로벌 갤러리스트가 되기 위한 조건을 묻자 이들은 한결같이 “영어는 기본이고, 전시를 부지런히 많이 봐야 한다”며 “풍부한 네트워크로 작가와 고객을 연결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인 갤러리스트들이 정보를 공유하며 함께 가는 게 치열한 세계 미술시장에서 한국 아트파워를 키우는 비결이겠죠.”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갤러리스트

갤러리를 운영하거나 갤러리에서 일하면서 작가를 관리하고 작품을 고객에게 파는 사람. 비상업적 미술관 종사자는 큐레이터로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