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송정과 목포를 잇는 호남고속철도(KTX) 2단계 노선이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민주당 밀실합의 결과 무안공항 경유로 바뀌면서 90도로 꺾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양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2018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회동에서 당초 66.8km였던 광주∼목포 구간을 호남 무안공항을 거치는 77.6km 코스로 변경하고 예산 배정까지 했다. 이에 따라 해당 구간의 운행시간은 당초 16분30초에서 26분으로 10분가량 늘고, 사업비는 정부안보다 1조1000억 원 많은 2조4731억 원에 이르게 됐다.
여야가 천문학적인 규모의 국고를 들여가며 KTX 노선을 기형적으로 꺾은 것은 유령공항이 되다시피 한 무안공항의 이용객 수를 늘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호남 지역구 위주인 국민의당이 민주당에 강하게 요구했고, 예산안 통과가 시급했던 민주당이 짬짜미한 결과다. KTX가 통과하고 무안, 광주공항을 통합하면 유동인구가 크게 늘어난다지만 이것이 실제 가능한 시나리오인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절차가 필요했지만 여야는 호남KTX가 이명박 정부 때 선정된 ‘광역경제권 발전을 위한 30대 선도 프로젝트’라는 이유로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자체를 건너뛰었다.
호남 KTX는 국가재정법상 예타 면제 대상인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감사원은 2009년 3월 4대 강 사업을 ‘재해 예방을 목적으로 시급하게 추진될 필요가 있는 사업’이라고 명시한 개정 법령에 따라 예타를 면제한 결정의 이면에 부당한 압력이 있었을 수 있다고 보고 감사 중이다. 그렇다면 같은 법의 면제 기준을 적용한 호남KTX 사업에 대한 예타 면제도 감사를 받을 만한 사안이다. 더구나 지금은 KTX 구간이 크게 변경되면서 경제성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조 단위의 혈세가 추가로 드는 사업변경을 아무런 검증 없이 추진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