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 입법지연 논란]박용만 商議회장, 국회 찾아 쓴소리
재계를 대표하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오른쪽)이 7일 오전 국회를 찾아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왼쪽에서 두 번째)을 만났다. 박 회장은 최저임금제와 근로시간 단축을 둘러싼 기업들의 우려와 어려운 상황을 호소했다. 이전 국회 방문에서 미소를 잃지 않고 우스갯소리로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했던 박 회장은 이날 웃음기를 거두고 현 상황에 대한 ‘국회 책임론’을 제기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이날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중소기업 경제상황 인식 및 정책 의견 조사’에 따르면 기업인의 불안감이 그대로 표출됐다. 한국 경제의 가장 큰 현안을 묻는 질문에 전체의 64.7%(복수응답)가 ‘근로시간 단축 및 최저임금 상승 등에 따른 고용시장 변화’를 꼽았다.
그러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지난달 28일 법안심사소위에서 합의에 실패하면서 법안 처리는 불투명해졌다. 이에 정부는 기존 행정해석을 폐기하는 방식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할 것으로 알려졌고 대법원은 판결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보고 내년 1월 공개변론을 열기로 했다.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도입(직원 300명 이상 2018년 7월, 299명 이하는 2020년 1월, 49명 이하는 2021년 1월 등)한다는 여야 합의안의 법제화가 계속 늦어지고 그 사이 대법원의 판결이 선고돼 근로시간 단축이 전면적으로 이뤄질 경우 기업들이 동시에 충격파를 받을 수 있다.
국회가 법을 만들어 해결해야 할 문제를 사법부와 정부에 떠넘기며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대기업은 근로시간이 단축돼도 추가 고용이나 수당 지급에 다소 여력이 있지만 중소·중견기업은 상황이 다르다. 한국표면처리공업협동조합 신정기 이사장은 “중소기업은 바람 앞의 촛불처럼 작은 노동정책 변화에도 큰 타격을 받는다. 여야 잠정 합의안대로 대책을 세워야 할지, 더 지켜봐야 할지 종잡을 수 없어 답답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근로시간이 단축될 경우 우리나라 기업 전체가 12조 원이 넘는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그중 약 8조6000억 원이 300명 미만 사업장이고 약 3조3000억 원은 30명 미만의 영세 소규모 사업장이다.
박 회장은 “규모와 형편에 맞게 탄력적으로 적용해 달라는 경제계의 호소가 치우친 의견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합의안에 대해 기업의 반발도 거세고 기업을 설득하는 데 부담이 크지만 입법이 조속히 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은택 nabi@donga.com·서동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