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전 드라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리메이크한 노희경 작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21년 만에 다시 선보이는 노희경 작가는 “부모는 인간의 첫 번째 숙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시청자들이 덜그럭거리지만 인생을 함께 살아내는 친구로 부모를 이해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리퍼블릭에이전시 제공
드라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에 출연하는 배우 유동근, 김영옥, 원미경, 최지우, 최민호(왼쪽부터). tvN 제공
노 작가는 “그동안 엄마를 위한 이야기가 없었다”며 리메이크의 의의를 설명했다.
“요즘 대부분의 드라마 속 엄마는 엄마가 아니에요. 자식들을 잃어버리고, 재산 안 준다며 괴롭히는, 극중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장치일 뿐이죠. 그러다 보니 부모상이 왜곡되고, 엄마는 불편한 존재라고 받아들여지지요. 그래서 아무도 말해주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가족 이야기가 지금 다시 필요하겠다 싶었어요.”
“이 작품은 그냥 글이 아니라 내겐 하나의 ‘존재’예요. 지난 20년간 대학생이나 직장인이 하는 작은 연극 단체엔 무료로 주기도 했어요. 모자라다면 모자란 그대로 ‘살아 있어도 되겠다’는 마음이었어요.”
이번 리메이크작엔 배우 원미경과 유동근, 최지우, 최민호가 출연한다. 원작에서 시어머니로 나왔던 배우 김영옥은 또 한번 같은 역을 맡았다.
“배우를 탐구하다 보면 ‘저 배우는 저런 모습이 있네. 저런 모습은 안 썼네’ 하는 것이 있어요. 최지우 씨 같은 경우엔 글루미(우울)한 느낌이 있는데, 그걸 부각시켜 써 주고 싶은 거죠. 그 사람 매력이니까.”
‘굿바이 솔로’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디어 마이 프렌즈’ 등 노 작가의 작품 20여 편은 가슴을 후벼 파는 차분한 대사들이 일품이다. 그는 ‘담담히 진심을 말하는 대사가 울면서 소리치는 대사보다 더 잘 들린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에선 유독 엄마와 딸의 관계가 부각된다. 자식은 트라우마가 된 부모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해 갈등이 생긴다. 그렇지만 결국 이해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음을 고백한다. 그는 현대인 모두 콤플렉스 덩어리이지만 가족이란 뿌리에 단단히 기대야 한다고 말한다.
“이 드라마에 나오는 가족을 보면 (서로가) 그렇게 따뜻하지 않아요. 그렇지만 존재 자체로 완벽해요. 그 불완전 속에 완전함이 있다고, 포장하지 않고 보여만 줘도 좋겠다 싶었어요. 가족에겐 절대 비아냥댈 수 없는 어떤 의미가 있거든요.”
그는 현재 내년 초 방영될 새 드라마를 집필 중이다. 사람 냄새 나는 노희경식 장르물이 탄생할 예정이다.
“난 아직도 궁금해요. 나 자신 그리고 사람에 대한 관찰이나 탐구는 죽는 그 순간까지 계속될 거예요.”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