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우. 스포츠동아DB
왜 FA 시장에서 정근우(35)는 인기가 없을까?
이변이라면 이변이다. FA 2루수 정근우가 8일까지 팀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잘하는’ 선수가 희소한 KBO리그의 고질적 구조를 생각할 때, 언뜻 의외일 수 있다.
일단 원 소속구단 한화와의 잔류 협상이 지지부진하다. 만에 하나 정근우가 빠져나가면 마땅한 대안이 잘 안 보이는데도 그렇다. 바깥에서는 ‘시장에 나가면 SK, 롯데 등이 정근우에게 관심을 가질 법하다’는 예상이 돌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체감 현실은 다르다.
SK는 “정근우에게 관심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SK는 전통적으로 외부 FA 영입에 깐깐했다. “S급이 아니면 잡지 않는다”는 기본 시각이다. 정근우가 최소 1~2년간 경쟁력 있는 2루수임에는 틀림없지만 30대 후반에 접어드는 나이가 걸린다. 육성에 방점을 찍는 SK 노선에 부합하지 않는다. 보상선수 유출도 원치 않는다. 정근우의 2017년 연봉은 7억원이다. 영입 시, 보상금만 최소 14억원에서 최대 21억원에 달한다.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보상금과 보상선수는 한화를 제외한 나머지 팀들에게 고려사항이다. 잠재적 후보군으로 꼽혔던 롯데도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롯데는 이미 외국인 2루수 번즈와의 재계약을 선택하며 방향을 정리했다. 번즈의 3루 전향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높지 않다. 번즈 재계약은 곧 번즈의 2루 수비 능력을 높이 산 결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구매자가 제한돼 있다. 경쟁이 붙지 않으니 가격이 오르지 않는다. 결국 거의 유일한 옵션인 원 소속구단 한화가 조건을 올릴 개연성이 희미하다. 4년 전 FA 협상에서 70억원 대박을 얻은 정근우의 눈높이를 맞추기 쉽지 않은 형국이다. 결국 협상이 오래 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이와 관련 한 야구계 관계자는 “지금 구단들은 소위 준척급 FA들보다 방출선수에 더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그마저도 적잖은 팀들이 육성을 염두에 두고 있기에 쉽지 않다. 시장 정체가 오래갈 것 같다”고 바라봤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