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의 한 의원에서 항생제 주사를 맞은 환자 41명이 고름이 차는 등 이상반응을 보여 치료 중이다. 보건당국은 의원에서 주사제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병균이 섞인 것으로 의심하고 조사 중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서울 서초구 박연아이비인후과의원에서 7월 25일부터 9월 25일까지 감기 등 증세로 항생제 근육주사를 맞은 143명 중 41명이 고름 형성, 통증, 부어오름 등 이상반응을 보였다고 8일 밝혔다. 생명에 지장을 줄 정도의 이상반응을 보인 사례는 없었지만 환자 중 5명은 고름이 심하고 부위가 넓어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당국은 일부 환자의 피부 조직과 고름에서 검출된 ‘비결핵항산균’에 주목하고 있다. 비결핵항산균은 산과 알칼리에 저항성을 띠는 것 중 결핵균과 나병균을 제외한 것으로, 물이나 흙 등 자연계에 150여 종이 존재한다. 대개는 질환과 관련이 없지만 일부는 폐, 림프절, 피부, 연골 등에 염증을 일으킨다. 오염된 주사제를 통해 주로 전파되고, 사람끼리는 옮지 않는다. 완치까지는 1년가량 걸린다.
항생제 자체는 병균 등 미생물의 성장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지만 관리를 잘못하면 그 안에서도 병균이 자랄 수 있다. 당국은 같은 제품을 납품받은 다른 의료기관에서 비슷한 사례가 없는 점으로 미뤄 제품 자체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이 의원은 9월 26일 이상반응을 알게 된 뒤 주사제 사용을 중단했다고 보고했지만 비결핵항산균 감염증은 잠복기가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6개월이다. 이형민 질병관리본부 의료감염관리과장은 “균 배양 검사에 6주 이상 걸려 원인을 추정하려면 적어도 2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의원 방문 후 이상반응이 나타난 환자는 서초구보건소(02-2155-8100)로 문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주사제를 통한 비결핵항산균 전파는 2005년 경기 이천시와 2012년 서울 영등포구의 의원에서 각각 일어난 적이 있다. 영등포구 사건 때는 54명이 감염됐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