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수도 인정 후폭풍]화약고 된 예루살렘 르포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경악한 팔레스타인 시위대들은 올드시티(구시가지) 다마스쿠스 문 일대에 모여 “예루살렘은 팔레스타인 것이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 중에는 여성, 어린이, 청소년들도 섞여 있었다. 일부 시위대는 “압바스는 배신자다”, “압바스는 미국의 스파이다” 같은 구호도 외쳤다.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신속하고 강경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에 대한 실망과 분노였다.
유대인들도 복잡한 감정을 쏟아냈다.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해 준 게 반갑지만,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유대인인 택시 운전사 로넨 인지 씨는 “트럼프가 예루살렘을 수도로 선언한 건 환영할 만하지만 그가 정상이 아닌 건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니야의 연설 후 곧이어 다수의 로켓포가 가자지구에서 발사됐다”며 “이 중 한 발이 이스라엘 영토에 떨어져 육군 탱크와 공군 비행기가 가자지구 내 ‘테러 초소 두 곳’을 목표로 대응했다”고 밝혔다.
반이스라엘 무장단체들은 한목소리를 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이슬람 지하드(PIJ)’의 지도자 나페즈 아잠과 아흐마드 알바치는 “새로운 무장 투쟁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스라엘과의 모든 안보 협력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1995년 미국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도 대사관의 안전 등을 이유로 실행하지 않았던 미국도 긴장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표 직후 전 세계 20개 이상의 미대사관이 격렬한 반대 시위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롭 매닝 국방부 대변인은 “미 해병대는 소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곳의 대사관과 영사관 등 재외공관을 보호할 준비가 돼 있다”며 해병대 출격 가능성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 이후 팔레스타인 반발의 강도가 워낙 커 당분간은 긴장 고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달 중하순에 예정되어 있었던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압바스 수반 간 회담이 취소 위기에 처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집권당인 파타의 고위 인사인 지브릴 라주브는 “펜스 부통령이 팔레스타인에 발을 들여선 안 된다”고 밝혔다.
예루살렘=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 이세형 기자 / 파리=동정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