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린 로사리오. 스포츠동아DB
일본 언론들은 9일 일제히 한화에서 활약한 외국인타자 윌린 로사리오(28)가 한신과 계약한 사실을 보도했다. 계약 규모는 언론에 따라 다소 다르게 보도하고 있지만, 2년간 750만~800만 달러(약 82억~88억원) 수준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엔화로 2년간 연봉 4억엔 수준에 계약했다고 보면 될 듯하다. 한신 역대 외국인선수 최고 연봉은 1996년 마이크 그린웰의 3억5000만원인데, 로사리오는 이를 넘어 섰다.
● 로사리오, 한신 역사상 최고액 외국인 계약
한신은 올 시즌 도중부터 로사리오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4번타자가 필요한 팀 사정 때문이다. 올해 팀 내 최다홈런은 나카타니 마사히로의 20홈런이었으며, 외국인타자 중에서는 시즌 중반 영입된 제이슨 로저스의 5홈런이었다. 한마디로 외국인타자 농사에 실패한 한신이다.
주니치 시절 우즈(오른쪽). 스포츠동아DB
● KBO→NPB 성공한 외국인타자들
로사리오 이전까지 KBO리그에서 활약하다 NPB 구단에 스카우트된 외국인타자는 4명이다. 타이론 우즈, 호세 페르난데스, 클리프 브룸바, 야마이코 나바로가 주인공이다. 모두 KBO리그에서 홈런포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타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우즈는 1998년 OB(현 두산)에 입단하자마자 KBO리그 역대 시즌 최다홈런 신기록인 42개의 아치를 그리며 최우수선수(MVP)에 올랐고, 2002년까지 5년간 개인통산 174홈런을 터뜨렸다. KBO리그 역대 외국인타자 개인통산 최다홈런 기록으로 남아 있다.
우즈는 이후 2003년 요코하마에 입단해 40홈런을 때리더니 이듬해 45홈런을 날리며 2년 연속 센트럴리그 홈런왕에 올랐다. 2006년 47홈런 144타점으로 센트럴리그 홈런왕과 타점왕을 차지하는 등 2008년까지 NPB 6년간 3차례 홈런왕에 오르며 통산 240홈런을 기록했다. 요코하마 계약 당시 5000만엔이던 연봉은 수직 상승을 이어갔고, 주니치 시절엔 연봉 6억엔을 받을 정도로 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쥐었다.
클리프 브룸바. 사진제공|현대 유니콘스
● 우즈처럼? 혹은 브룸바처럼?
그러나 KBO에서 성공했다고 모두 NPB에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브룸바는 2003년 현대에 입단한 뒤 2004년 타율 0.343(1위), 33홈런(2위), 105타점(3위)을 올리며 현대의 2년 연속 우승에 공헌했다. 그리고는 이듬해인 2005년 오릭스에 입단했지만 발목 부상과 감독과의 불화 등이 겹치며 2년간 24홈런 69타점에 그치는 부진으로 NPB에서 실패했다. 이후 2007년 현대로 복귀했다.
나바로는 삼성에서 2014년 31홈런 98타점을 올린 뒤 2015년 KBO리그 역대 외국인타자 시즌 최다홈런인 48홈런(137타점)을 기록하면서 2016년 지바롯데에 입단했다. 그러나 시즌 개막 직전 실탄을 소지해 일본 공항에서 체포되면서 출발부터 순탄치 않았다. 이후 적응에도 실패하면서 타율 0.266, 8홈런, 33타점의 초라한 성적표를 쥔 뒤 재계약에 실패했다.
로사리오는 1루수라는 포지션에다 외모와 체격에서 풍기는 이미지 등에서 우즈 혹은 브룸바를 연상시킨다. KBO리그에서는 정교함과 파워를 동시에 갖춘 선수로 평가받았다. 과연 우즈처럼 KBO리그 성공을 바탕으로 NPB에서도 성공 신화를 쓸 수 있을까. 아니면 NPB에서 실패한 브룸바의 길을 갈까. 로사리오의 NPB 성공 여부는 향후 일본 구단들이 KBO리그 외국인타자를 바라보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수 있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