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김신욱.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중국전서 드러난 대표팀 명암
빛도 환했지만 그림자 역시 짙었다. 한국축구가 중국을 상대로 또다시 웃지 못했다. 대표팀은 9일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1차전에서 중국과 공방전 끝에 2-2로 비겼다. 전반 9분 선제골 헌납 이후 곧바로 2골을 만회했지만, 후반 31분 동점골을 내주며 고개를 숙였다. 중국전 무승부로 대회 2연패 달성에 빨간불이 들어온 한국. 1차전을 통해 드러난 빛과 그림자는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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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한 ‘공격’ 플랜B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역시 김신욱(29·전북 현대)이었다. 이달 초 국내 전지훈련에서 치른 연습경기에서 연속 골을 터뜨렸던 감각이 이번 대회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특히나 인상적인 장면은 동료에게 찬스를 만드는 대목이었다.
전반 12분 이재성(25·전북)의 패스를 받아 동점골을 넣었고 3분 뒤 이재성에게 머리로 공을 떨어뜨려 역전골에 기여했다. 중국 수비진이 김신욱의 움직임을 막느라 옆에서 달려오는 이재성을 놓쳤다. 신태용호의 공격루트 폭이 넓어지는 순간이었다.
측면 자원들의 움직임도 좋았다. 신 감독은 고려대와 2번째 평가전에서 최철순(30)과 김진수(25·이상 전북), 김민우(27·수원 삼성) 등 풀백들을 과감하게 전방으로 투입시켰다. 중국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전술의 변화 덕분에 공격층이 두꺼워지며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 여기에 이재성의 간결한 움직임도 활기를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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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패한 ‘수비’ 압박
그러나 주축 수비진은 첫 경기부터 식은땀을 흘려야했다. 우선 풀백들의 깔끔하지 못한 볼 처리는 아쉬운 부분이었다. 실점 장면뿐만 아니라 여러 대목에서 위험한 상황이 연출됐다. 2선의 협력수비 역시 아쉬웠다. 중원에 있는 선수들이 내려와 풀백의 짐을 나눠져야 했는데 실전에선 이 같은 장면이 잘 보이지 않았다. 결국 풀백과 중원 사이에 공간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문제점은 신 감독이 국내 전지훈련 때부터 매번 강조한 ‘압박’과 연결돼있다. 신 감독은 고려대와의 연습경기 1차전을 분석한 뒤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 압박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앞으로 협력수비에 중점을 두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후 고려대와의 2차전에선 그것이 잘 먹혀들었지만, 중국을 상대로는 효과를 보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압박과 협력수비의 문제는 이번 E-1 챔피언십에서 신태용호가 가장 먼저 지워야할 그림자가 됐다.
도쿄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