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혁우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
출범 6개월이 지났지만 새 정부는 규제개혁에 여전히 관심이 적은 것 같다. 국민에게 불편을 주는 낡은 규제를 바로잡는 것은 모든 정부의 숙제일 텐데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린 느낌이다.
오랜 부조리를 바로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국민과 기업의 불편함을 살피는 일이 간과될 수는 없다. 새 정부의 상징어가 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도 국민은 일상이 평안해야 하고 기업은 새로운 시도에 자유로워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제품과 서비스 개발에 대한 고민보다는 관공서 요구 사항을 해결하는 데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이들 모두가 규제와 관련된 이슈이다. 불합리하고 불편한 규제를 두고 새로운 혁신을 위한 도전이 가능한 사회가 만들어질 수는 없다. 특히 기업이 새로운 혁신을 포기하고 연명에 집착하거나 혁신적인 아이디어 시도가 가능한 외국으로 아예 나가 버리는 규제환경에서는 오늘의 깜짝 성과는 있을지 몰라도 미래는 없다.
우리의 규제 여건은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크다.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세계 11위지만 규제 수준은 95위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 지난달 청와대 혁신성장 전략회의에서 나온 정부 발표다.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전자조달, 특허행정, 조세행정 등 비교적 갈등이 없고 시스템 투자로 해결할 수 있는 분야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정작 새로운 기회와 부의 창출을 가로막는 규제이슈에 대해서는 한 걸음도 못 나간 경우가 많다.
이유는 다양하다. 그동안 혜택을 누리던 이는 변화가 반가울 리 없다. 생명이나 안전 관련 규제개혁은 이들 가치를 포기하는 것처럼 잘못 해석되기도 한다. 규제가 능사가 아닌데도 무엇인가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조급증과 일부 단체의 선동적인 요구에 대응하느라 필요 이상의 가혹한 규제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새 정부의 국정지지도가 70%를 상회한다. 이는 다른 개혁과제와 마찬가지로 그동안 묵혀 두었거나 해결하기 어려웠던 많은 규제개혁 과제를 추진하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높은 만큼 규제가 만들어낸 기득권을 내려놓게 하거나, 오해가 있으니 차분히 따져 보자고 해 볼 여지가 더 커진 것이다. 이러한 신뢰가 ‘규제개혁다운 규제개혁’을 추진하는 출발점이 되고, 이 정부가 끝날 때쯤 우리 사회의 규제환경이 지금보다 한층 나아져 누구나 한 번쯤은 와서 살아 보고 싶고 기업해 보고 싶은 그야말로 ‘나라다운 나라’가 되어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혁우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