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없인 올림픽도 없다’ 해시태그… 러 국민감정 자극하며 퍼뜨려 국영방송들도 일제히 캠페인 소개
‘#NoRussiaNoGames(러시아 없이는 올림픽도 없다).’
지난달 러시아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 6명이 도핑 혐의로 올림픽 출전이 영구 금지되자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거주하는 한 학생이 이에 반발하며 처음 이런 해시태그를 트위터에 올렸다. 출전이 금지된 스키 선수의 어머니 중 한 명의 항변을 담은 동영상이 포함된 이 글은 당시에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5일 조직적 도핑 스캔들을 이유로 러시아 국가 선수단의 평창 겨울올림픽 출전을 금지하자 1700개였던 이 해시태그가 달린 트윗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9000개로 뛰어올랐다.
실제로 @03_PPM 계정은 최근 사흘간 러시아 언어로 된 기사들을 링크한 트윗 275개에 이 해시태그를 달아 퍼뜨렸다. 러시아 서남부 도시 오렌부르크에서 만들어진 @ungestum 계정은 이 해시태그를 써서 238개의 트윗을 보냈는데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올린 흔적과 함께 러시아어로 쓴 텍스트도 포함돼 있어 프로그램과 사람이 동시에 트윗을 작성해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로이터는 “지난해 미국 대선 때 러시아가 즐겨 했던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정치적 동기를 가진 서방 세계의 결정으로 러시아가 피해를 입었다는 점을 부각시켜 내부 단결을 유도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워싱턴에 기반을 둔 디지털 포렌식 연구소에서 일하는 벤 니모는 “러시아가 얼마나 불공평한 대우를 받았는지 감정적으로 건드리기에 딱 좋아서 국가 이해관계와 절묘하게 맞은 캠페인”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 국영방송들은 일제히 이 캠페인들을 소개하며 분위기를 확산시키고 있다. 즈베즈다 방송국의 한 앵커는 TV에 이 슬로건이 쓰인 티셔츠를 입고 나왔고, 처음 이 해시태그를 만든 학생과 아버지는 연일 언론 인터뷰에 나서고 있다. 그 학생의 아버지인 이고르 스타르코프는 “누구도 아들에게 그 캠페인을 시작하라고 한 적이 없으며 순수하게 우리 생각이었다”며 배후 조종 의혹을 부인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