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 양주에 2만 m² 조성 추진
“치매안심마을 이렇게 만들겠습니다” 7일 오전 서울 용산구청에서 열린 ‘치매가족 지지 프로그램’에서 성장현 용산구청장(마이크 쥔 남성)이 치매안심마을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서울 용산구는 경기 양주시 백석읍에 한국판 호헤베익 마을을 만들기로 했다. 단순 요양시설이 아니라 모든 생활이 가능한 치매환자 마을을 만드는 것은 처음이다. 이르면 내년 약 2만 m² 규모의 ‘치매안심마을’이 들어선다.
○ 치매환자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
대부분 치매환자는 집이나 보호소에 ‘갇혀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족들이 외출할 때는 치매환자를 방에 두고 방문을 잠그는 경우도 적지 않다. 치매 진단을 받으면 스스로 의지에 따라 나다닐 수 없게 된다. 용산구는 이들 치매환자에 대한 더 효과적인 치료환경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치매안심마을을 짓기로 했다.
이를 위해 3년 전 사전 조사를 시작했다. 이를 토대로 치매안심마을에는 의사와 간호사 같은 전문 인력은 물론 상주하게 하고 제과점 커피숍 슈퍼마켓 미용실 등도 만든다. 마을에 사는 환자는 최소 200명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환자끼리 어울리고 직접 이부자리도 개며 필요한 물건을 사는 등 일상생활을 자연스럽게 영유하는 환경에서 치매를 관리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제로도 이 같은 환경이 치매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헤베익 마을 환자들이 다른 보호소 환자들에 비해 스트레스가 작아 약물 투입량이 적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 치매환자 가족들도 ‘치유’
이날 용산구청에 모인 치매환자 가족들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과 만나서 반가운 듯 이야기꽃을 피웠다. 삼삼오오 그간의 어려움을 털어놓고 새로운 정보를 교환했다. 김은희 씨(48)는 “다른 데서는 이야기하지 못하던 것들을 터놓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풀린다. 환자뿐만 아니라 환자 가족을 위한 자리가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막상 가족이 치매 진단을 받으면 어찌할지 몰라 막막한데 정기적으로 치매환자 가족들이 만나서 대화하면서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뿐더러 치유가 되는 느낌까지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