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의 군 생활을 의무경찰로 복무했다. 생생한 기억 중 하나는 경찰청장이 바뀔 때마다 경찰서 입구의 현판을 바꾸는 모습이었다.
입대할 땐 ‘경찰이 새롭게 달라지겠습니다’라는 구호였지만 1년 뒤엔 ‘정성을 다하는 국민의 경찰’로 바뀌었다. 전역할 즈음엔 불필요한 슬로건을 없애겠다는 청장이 나타나 크레인까지 동원해 전국 모든 경찰서의 현판을 뜯어냈다.
구호만 보면 이보다 멋진 조직은 없다. 그러나 경찰의 치안 서비스에서 ‘정성’이나 ‘새로움’을 느낀 국민들은 드물 것이다. 멋진 이름의 역설이랄까.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