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D-60 클로이 김, 스노보드 월드컵 개막전부터 정상
《“아우, 예선전이 제일 떨려요.” 수백 번, 아니 수만 번 봤을 터이지만 ‘천재 스노보더’라 불리는 재미교포 클로이 김(17·사진)의 아버지 김종진 씨는 딸의 올 시즌 첫 예선전을 지켜보며 긴장감을 숨기지 못했다. 딸이 큰 실수 없이 모든 점프를 마치고 나서야 김 씨는 “아이고 됐다, 예선 통과다”라며 딸을 안아줬다. 클로이 김 역시 “휴∼ 결선 갔네?”라며 세계 랭킹 1위 선수라기에는 너무 겸손한(?) 반응을 보였다.》
천재 스노보더 미국의 클로이 김이 10일 미국 콜로라도 코퍼마운틴에서 열린 이번 시즌 첫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월드컵에서 경기를 펼치고 있다. 클로이 김은 이날 93.75점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지난 시즌에 이어 세계 랭킹 1위로 이번 시즌을 시작했다. 세라 브런슨 미국 스키·스노보드 대표팀 사진 매니저 제공
첫 점프부터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높은 에어로 힘차게 파이프를 타고 내려온 클로이 김은 곧바로 프런트1080(보드 앞쪽을 잡고 3회전)을 깔끔하게 성공시키며 점프 2개만으로 이미 우승을 예감하게 했다. 이어 캡720(진행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돌면서 정면을 보고 2회전), 프런트540(1.5회전), 맥트위스트540(몸을 비틀어 1.5회전)까지 무결점 연기를 마친 뒤 피니시라인에 도착한 클로이 김은 “울 것 같다”고 소리친 뒤 눈 위에 드러누워 버렸다. 모든 것을 해냈다는 안도감의 표시였다.
어려서부터 숱하게 많은 우승컵을 들어올렸지만 이날 경기는 클로이 김에게도 평소와 다른 부담감이 있었다. 이번 대회가 미국 스노보드 국가대표팀의 올림픽 1차 선발전을 겸해 치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하프파이프는 종목의 특성상 약간의 실수만 있어도 점수가 대폭 깎이기 때문에 주어진 기회(예선 2회, 결선 3회) 안에 자신이 가진 기술을 모두 활용한 ‘클린’을 해내야만 시상대에 설 수 있다.
세라 브런슨 미국 스키·스노보드 대표팀 사진 매니저 제공
이번 대회를 시작으로 미국 스노보드 대표팀은 다음 주 브레킨리지 듀투어, 다음 달 스노매스 월드컵, 매머드 마운틴 그랑프리까지 4개 대회 성적으로 총 8명(남녀 각 4명)의 평창 올림픽 대표 선수를 선발한다. 하프파이프 최강국답게 이날 미국은 클로이 김을 포함해 매스트로(90.75점), 다섯 번째 올림픽을 기다리고 있는 베테랑 켈리 클라크(34·83.75점) 등 세 선수가 여자부 하프파이프 시상대를 점령했다.
한편 남자부에서는 소치 올림픽에서 깜짝 은메달을 따냈던 일본의 히라노 아유무(19)가 우승해 이번 대회가 ‘미국 천하’로 끝나는 것을 저지했다. 이미 1차 시기에서 유일하게 90점을 넘기며 최고점을 받았지만 히라노는 2차 시기에서 백 에어(공중으로 크게 뜨는 동작), 프런트1440(4회전), 캡더블콕1080(점프 도중 회전축을 두 번 바꿔 회전), 프런트1260(3.5회전), 백900(2.5회전)까지 흔들림 없이 점프를 이어나가며 95.25점을 받았다. 남자부 2위는 미국의 퍼거슨 벤(22·미국·89.75점)이, 3위는 ‘살아 있는 전설’ 숀 화이트(31·미국)가 차지했다. 화이트는 10월 뉴질랜드 전지훈련 도중 파이프에서 추락해 얼굴을 62바늘 꿰매야 했던 부상 후 처음 나선 실전이었다. 화이트는 “3차 시기 점수가 생각보다 안 나와서 혼란스럽기는 하다. 하지만 그게 우리가 계속 대회에 나서는 이유다. 시즌 첫 대회 포디엄에 올라 기쁘다”며 다음 대회에서는 더 강력한 모습으로 돌아올 것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