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안 어린이집 공존을 향해]<1> 빈교실 활용한 어린이집 가보니
5일 부산 부산진구 아파트 밀집지역 한가운데 위치한 당평초교 내 어린이집. 선생님 앞에 올망졸망 모인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올해로 문을 연 지 20년이 된 당평초어린이집 조미용 원장은 “어린이집 원장과 초등학교 교장이 운영상 불편함을 감수한다면…”이라는 전제를 단 뒤 “단언컨대 학교 안 어린이집은 아이들에겐 천국”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4, 5일 학교 교실을 활용한 어린이집 10곳(부산 6곳, 인천 2곳, 서울 경기 안양 각각 1곳)을 직접 찾아가 보니 어린이집 학부모들은 한결같이 학교라는 공간이 주는 장점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국회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통과를 두고 어린이집 소관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학교 주무부처인 교육부 간 ‘영역 싸움’이 벌어졌지만 학교 안 어린이집 현장에선 보육과 교육의 ‘상생’ 노력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학교 안 어린이집에 반대하는 교육계는 초등생의 학습권 침해를 가장 큰 이유로 든다. 영유아들이 수업 중에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든가, 운동장에서 뛰어놀면 소란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방과후교실·돌봄교실 등 추가 교실 수요가 발생했을 때 즉각 대응이 어렵다는 점도 반대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대부분 학교 안 어린이집은 공간과 동선을 학교와 최대한 분리해 이런 문제를 예방하고 있었다. 5일 이른 아침 부산 남구 용산초어린이집에는 부모 손을 잡은 원아들이 학교 후문을 통해 등원했다. 초등생들이 등교하는 학교 정문과는 학교 담장을 따라 120m가량 떨어져 있었다.
혼자 걷기 힘들고 분유, 기저귀 등 짐이 많은 어린이집 원아들은 보통 차를 타고 등원한다. 걸어 다니는 초등생의 등굣길 안전을 위협할 수 있어 아예 출입문을 분리한 것이다. 3세 아이를 등원시킨 박현주 씨(40·여)는 “보통 어린이집에서 야외활동을 할 때 차를 타고 가는데, 학교 안 어린이집은 야외활동이 학교에서 이뤄지니 안심이 된다”며 만족해했다.
서울 용산구 성심여중고 내 샘물어린이집 역시 학교 후문에 출입구를 만들었다. 어린이집은 학교 도서관 건물 1층에 있고, 학교로 이어지는 통로는 차단벽으로 통제돼 있었다. 학교 동아리실은 비어 있는 시간에 원아들의 실내놀이터로 활용하고 있다. 이 학교 중고교생들은 봉사활동으로 어린이집 아이들을 돌보기도 한다.
땅값 비싼 서울에서 어린이집을 지으려면 1곳당 부지 매입에만 20억∼30억 원이 든다. 샘물어린이집은 리모델링비와 학교환경개선비를 포함해 6억9000여만 원이 들었다.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학교 안 어린이집은 비용은 적게 들고, 부모들의 만족도는 높은 최선의 대안인 셈이다.
○ 학교라는 공간, 아이들에게는 최선
7세, 2세 두 아이를 이 어린이집에 보내는 박은진 씨(38·여)는 “비용이 저렴하고, 급식 관리가 잘되는 국공립의 장점은 기본이고, 학교 안에 있어 보안 문제까지 해결된다”고 말했다. 일신동어린이집 문유미 원장은 “부모들은 교문이 닫히고 경비가 지키는 학교를 가장 안전한 공간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산 북구 화명초어린이집은 대기 인원이 200명에 달한다. 화명초어린이집 진수연 원장은 “개원 이후 20년간 초등생과 영유아 간 물리적 충돌은 단 1건도 없었다”며 “초등생 자녀가 있는 부모들은 한 번에 2명을 데려다 주니 바쁜 아침 시간을 아낄 수 있고, 긴급한 상황이 생겨도 큰아이가 동생을 돌볼 수 있어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인천이나 부산의 학교 안 어린이집은 당초 교직원을 위한 직장어린이집으로 출발했다. 이어 부산의 학교 안 어린이집은 학교가 적은 예산으로 직장어린이집 운영이 어려워지자 2006년 일괄적으로 국공립으로 전환했다. 다른 자녀를 가르치면서 자기 자녀를 돌보기 힘든 맞벌이 교사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인천 남동구 장도초어린이집에 1세 아이를 맡긴 장도초 교직원 종모 씨(34·여)는 “출근할 때 같이 등원하고, 퇴근할 때 같이 하원한다”며 “아이가 아프면 당장 달려갈 수 있으니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부산·인천=김호경 kimhk@donga.com / 우경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