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안 어린이집 공존을 향해]빈 초등교실 활용한 어린이집 가보니 초등생 누나 손잡고 어린이집 등원… 학부모 “학교안에 있어 안심” 만족 복지부-교육부 칸막이 행정 탓에 원활한 운영 어려워 22곳으로 줄어
“선생님 말씀 잘 들어야 돼.” “응.”
5일 오전 8시 부산 북구 화명초등학교 어린이집 현관. 이 학교 4학년인 이여진 양(10)은 꼭 잡은 동생의 손을 놓으며 누나다운 ‘잔소리’를 빼놓지 않았다. 선생님 손에 이끌려 어린이집 안으로 들어간 여준 군(4)은 누나가 안 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이 양은 매일 아침 교실에 가기 전 동생 어린이집부터 들른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맞벌이인 부모를 대신해 학교 앞까지 차로 태워주지만 교문에서 어린이집까지 동생을 바래다주는 일은 이 양의 몫이다. 교문 밖에서 남매를 흐뭇하게 지켜보던 할머니 김정희 씨(64)는 “손자가 아직 어린데 누나랑 같은 공간에 있어 한결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초등학교 빈 교실을 활용한 어린이집은 전국에 22곳뿐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4, 5일 학교 안 어린이집 10곳을 돌아봤다. 최근 뜨거운 논란거리가 된 ‘초등학교 빈 교실 어린이집 활용’의 해답을 찾기 위해서다.
지난달 초등학교 빈 교실에 국공립어린이집을 만들 수 있도록 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국회 해당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계의 반발에 부닥쳐 법제사법위에서 제동이 걸렸다. 교육계와 충분히 협의한 뒤 재논의하기로 했지만 그 시기가 언제일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는 땅값이 비싼 대도시에 학부모가 선호하는 국공립어린이집을 만들려면 ‘빈 교실 활용이 최선’이라며 법 개정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교육계에선 빈 교실이 그리 많지 않은 데다 초등학생 학습권 침해 및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취재팀이 만난 어린이집 학부모들은 모두 “어린이집이 학교 안에 있어 믿고 맡길 수 있다”며 매우 만족해했다. 반면 초등학생 학부모들의 불평을 듣기는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2005년 37곳이던 학교 안 어린이집은 현재 22곳으로 12년간 15곳이나 사라졌다. 학교는 교육부가, 어린이집은 복지부가 관할하다 보니 부처 간 칸막이로 인해 원활한 운영이 쉽지 않은 탓이었다.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에서 운영과 관리를 책임진 학교장과 어린이집 원장은 취재팀에 각기 다른 고충을 털어놓았다.
부산·인천=김호경 kimhk@donga.com·최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