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식 문화부장
숱한 루머 속에 은둔했던 나훈아의 11년 만의 복귀 무대는 여전히 ‘핫’ 했다. “나 그동안 힘들었다. 이해해줄 거지? 오늘 밤 나한테 맡겨라. 내 노래 들으면 암도 낫는다”라는 식의 그의 발언은 과장이지만 공연은 명불허전이었다.
10일 서울 고척돔 공연을 끝으로 해외 순회공연 시리즈를 마무리한 BTS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축하 무대에 이어 유명 토크쇼 출연,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 진입 등을 통해 미국 본토 시장에 본격적으로 상륙하며 싸이 이후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 BTS의 트위터 팔로어는 ‘천만대군’으로 불리는 등 강력한 팬덤을 형성했지만 이는 또 다른 차원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설과 현재의 대세가 ‘통(通)’할 수 있을까? 어느 쪽이든 “감히 우리 오빠와 ‘엮다니’”라는 말이 나올 일이다. 그래도 이런 주제로 나눈 임진모 송기철 미묘 등 음악평론가들과의 대화는 흥미로웠다. 나이와 경력, 활동 무대와 이미지 등에서 너무 달라 연결점이 없어 보이지만 몇 가지 공통점이 나왔다.
“연령층은 다르지만 모두 여성층에서 강력한 팬덤을 갖고 있죠. 나훈아는 중장년 이상, BTS는 10대에서 그렇죠.”(임진모)
“‘완벽주의.’ 나훈아는 그 연배에서는 드물게 자신의 노래를 작사, 작곡하는 싱어송라이터죠. 게다가 무대 연출은 물론이고 조명 각도까지 직접 챙길 정도로 철두철미합니다. 그의 완벽주의가 개인적 능력에서 나오는 반면 BTS는 기획사에 의해 시스템으로 뒷받침돼 있죠.”(송기철)
“나훈아 팬덤의 키워드는 한국인, 그중에서도 경상도 사나이의 진정성입니다. BTS는 젊은 세대가 공감하는 노래의 메시지와 개인이 아니라 ‘우리는 원 팀’이라는 이미지가 호소력을 갖습니다.”(미묘)
무엇보다 세대를 뛰어넘어 이들을 통하게 만드는 것은 음악의 설득력이다. 나훈아의 음악은 트로트에 기반을 뒀지만 그 틀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변주했다. 좋지만 따라 부르기는 어려운 노래가 있는데 그의 곡들은 좋으면서도 따라 부르기 쉽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영영’ ‘잡초’ ‘무시로’는 많은 이들의 애창곡이 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BTS의 성공 요인으로 꼽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SNS상에서의 음악 소비 행태는 오프라인에 비해 훨씬 빨리 이뤄지기 때문에 음악의 설득력이 없으면 팬들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지 않는다.
더 엉뚱한 질문이다. 나훈아가 BTS처럼 시스템적인 뒷받침이 있었다면 글로벌 무대에서 성공했을까? 과거 야구팬들 사이에 최동원 선동열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면 통했을까를 따지며 갑론을박을 벌였던 것처럼 말이다.
트로트와 발라드 장르의 속성상 정서의 벽을 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었다. 그가 좀 더 이른 시기에 해외시장에 관심을 가졌다면 일본과 동남아 시장에서는 반응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위로도 나왔다.
※‘감히, 우리 오빠를’이라는 얘기가 어느 쪽에서 더 많이 나올지 궁금하다. 이런 접근법 자체가 풍성해진 우리 문화 덕분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