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가가치 전문 업종을 중심으로 외국인 노동력과 이민 유입을 늘려야 한다는 한국은행 보고서가 나왔다. 한국은행이 어제 내놓은 ‘글로벌 외국인 고용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는 생산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선 외국인 노동력의 유입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하지만 이들의 기술 숙련도가 낮을 경우 내국인의 일자리와 임금 수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만 악화시킬 뿐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경우 외국인 노동력 유입이 50% 증가할 때 1인당 GDP 증가율이 전년도 기준 0.3%포인트(단기)∼2.0%포인트(장기) 상승했다. 미국만 해도 경영·금융, 전문직 등 고임금 업종의 외국인 취업자 비중이 늘었다. 그러나 한국의 외국인 근로자 임금은 내국인의 64%에 불과했다. 저임금 업종이나 위험한 3D업종 인력 수요를 메워줄 값싼 노동력을 공급하는 데 머물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 기업가정신연구소(CAE)가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하는 ‘2017년 미국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국 주요 기업의 약 43%가 이민자 1세대 또는 2세대에 의해 창업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기술(IT) 업종에선 대기업 46%가 이민자에 의해 창업됐다. 1965년 린든 존슨 대통령이 이민법을 개정하고 이민자 차별을 철폐하면서 미국은 고급 과학기술 두뇌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세계 최강대국이 됐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국가와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혁신을 주도할 고급 두뇌를 얼마나 끌어들일 수 있느냐에 따라 판가름 난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는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프랑스 독일 호주 같은 나라들처럼 자국의 국비로 유학의 혜택을 준 외국 인재의 정착을 돕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시리아계 2세대인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같은 창조적 인재가 한국에서도 나와야 한다. 중국은 2008년부터 최대 15만 달러(약 1억7000만 원)의 특별상여금을 주고 해외 각지에 흩어져 있는 인재를 자국으로 재영입하고 있는 ‘천인계획(千人計劃)’을 벌이고 있다. 우리도 내국인 외국인을 따질 때가 아니다.
조수진 논설위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