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 450t 폐기 소식 알려지며 “왜 비싸게 팔았느냐” 항의전화 쇄도 가을배추·무 재배 농민들도 한숨 거래 상인들 연락 끊어 두 번 울어
전남 영암군 대봉감 재배농민들이 8일 한 해 동안 애써 키운 대봉감을 산지 폐기하고 있다. 농민들은 “애써 재배한 대봉감을 산지 폐기하는 것에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영암군 제공
전남 영암군은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15일까지 대봉감 450t을 폐기한다고 10일 밝혔다. 산지 폐기는 영암군과 농협이 일부 지원금을 보조한다. 폐기 물량에는 소외계층에 줄 물량 약 82t이 들어 있다.
대봉감은 전국 대표 떫은감으로 가장 남쪽에서 늦게 수확한다. 어른 주먹만 하고 당도가 높아 홍시로 제격이다. 씨가 있어 가공에 다소 어려움은 있다. 저온창고 보관기간은 3∼4개월. 전국 떫은감 생산량은 2011년 9만3027t에서 지난해 18만8083t으로 두 배로 늘었다. 전남지역 생산량은 2011년 1만8844t에서 3만4341t으로 증가했다. 대봉감도 재배면적이 는 데다 올해 태풍도 없어 생산량이 평년에 비해 10%가량 늘었다.
이 농민들은 산지 폐기 소식이 알려지고 2, 3일간 항의전화에 시달렸다. “풍년이라면서 왜 비싸게 대봉감을 팔았느냐”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대봉감은 산지 가격이 1만5000원이라 해도 크기마다 다르고 포장과 운반 비용이 더해져 소비자가격은 2만5000∼3만 원에 판매된다.
전남도, 영암군은 대봉감 가공식품 개발에 힘 쏟는 한편 대봉감 대체작물을 심으라고 권할 방침이다.
영암군 관계자는 “대봉감을 폐기한 뒤 ‘비싸게 팔았다’는 전화를 받고 농민은 두 번 울었다. 대봉감은 비타민C가 많아 숙취 해소에도 좋은 만큼 소비자들이 많이 먹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남지역 가을배추·무 재배 농민들도 대봉감과 마찬가지 이유로 산지 폐기하고 있다. 올해 전국 가을배추·무 폐기 예상 물량은 2만2000t, 이 중 전남에서만 3000t을 예정하고 있다. 전남은 가을배추 36만1000t(재배면적 3012ha), 무 12만5000t(771ha)을 재배해 전국 생산량 26%를 차지한다. 전국에서 가장 늦게 수확하는 이곳 가을배추·무는 품질 좋기로 유명하다.
그러나 배추·무 가격이 폭락할 때 상인들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연락을 끊기 일쑤다. 전남도 관계자는 “농민들이 가격 폭락을 막기 위해 지원금을 받고 산지 폐기를 하면서도 가슴 아파 한다”고 말했다.
농산물은 기후 영향을 크게 받는 데다 소비에 한계가 있어 가공식품 개발 및 정확한 수요와 공급 예측 등에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인석 전남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단위농협이나 자치단체 농업기술센터가 열악한 여건이기는 해도 농민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