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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리더 인터뷰]하창환 합천군수 “50년간 걸어온 공직의 길은 군민들의 작품”

입력 | 2017-12-11 03:00:00

“욕심 버리고 명예롭게 퇴진하겠다” 3선 불출마 선언으로 정가 주목
서부산업단지 조성 등 많은 성과… 청렴한 행정으로 군민들 신뢰 얻어




최근 ‘3선 불출마’를 선언해 주목을 받고 있는 하창환 경남 합천군수. 하 군수는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갖기 위해 불출마를 선언 했다”고 밝혔다. 합천군 제공

7년 6개월 전, 취임 직후 방문했을 때 그대로였다. 그가 앉은 의자, 앞에 놓인 탁자도 변함없었다. ‘합천군수 십계명’과 ‘본고방녕(本固邦寧·근본이 튼튼해야 백성이 편안하다)’이라고 쓴 액자까지.

6일 오후 경남 합천군수 집무실. 하창환 군수(68)는 “사무공간이 변한 게 없는 것 같다”며 인사를 건네자 “불편이 없는데 굳이 집기를 바꿀 이유가 있느냐”고 말했다. 이들 집기는 모두 전직 군수가 사용하던 것들이다. 하 군수의 한결같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 군수는 최근 ‘3선 불출마 선언’으로 지역 정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1일 “3선 출마 요구가 많았고 욕심도 있었다. 그러나 더 나아가기보다 명예로운 퇴진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어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이제는 가족을 돌보며 살아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이라는 고은 시인의 시구도 인용했다. 오해와 억측, 불확실성을 걷어내기 위해 발표 시기는 약간 앞당겼다.

하 군수는 지지 기반과 지역 여론, 지역구 국회의원과 관계가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욕심을 낸다면 3선도 무난한 상황. 그래서 더욱 신선하게 다가왔다. 정치권에 ‘퇴진 문화’가 실종된 지금이라서 더욱 그랬다.

아무리 ‘된 사람’이라지만 그에게도 갈등이 없지 않았다. 하 군수는 “무엇인가를 쥐고 있다가 내려놓기란 쉽지 않다. 쥘 때보다 열 배는 어렵다”며 “발표하고 일주일 정도 지나니 비로소 여유가 생겼다. 빈 공간이 소소한 행복으로 채워짐을 느낀다”며 미소 지었다. 무엇보다 아내 정경선 여사(65)와 함께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갖게 돼 더욱 소중하게 여긴다.

하 군수는 두 번의 임기에 청렴 우수기관 선정, 합천 국보·영상테마파크체험특구 지정, 서부산업단지 조성 등의 성과를 냈다. 남부내륙고속철도 조기 착공과 함양∼울산고속도로 건설 기반도 닦았다. 그는 “이 모두는 50년 동안 올곧은 공직의 길을 걷도록 힘을 모아준 군민들의 작품”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그는 고교 3학년이던 1967년 공무원시험에 합격해 이듬해 공직에 뛰어들었다. 문화공보실장, 합천읍장, 기획감사실장 등 2008년 11월까지 41년을 합천군에서만 근무했다. 2010년 민선 5기 군수가 되고 연임에 성공해 퇴임하는 내년 6월 말이면 공직생활 50년을 헤아리게 된다.

‘합천군수 십계명’은 선배 공무원 조언을 듣고 직접 만들었다. ‘청렴하면 탈이 없다’ ‘군수가 공부하는 만큼 지역이 발전한다’ ‘겸손과 공평한 군수를 싫어하는 사람 없다’ ‘재선(再選) 생각을 버리면 재선 너머가 보인다’…. 사무실에 두고 거울 보듯 봐 온 ‘죽비’ 탓일까. 이동률 홍보담당은 “군수님은 그동안 구설에 오르거나 오점을 남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 군수에게 “공직생활을 통틀어 가장 큰 보람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바로 “공직사회와 행정에 대한 불신을 씻어낸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를 통해 군민에게 믿음을 얻은 것이 평범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라고 자평했다.

‘아쉬움’을 물었다. 하 군수는 “민원이 생기면 몸 사리지 않고 뛰어들어 해결하려 했지만 안 되는 일이 있었다”고 했다. 축사(畜舍) 폐수를 비롯한 환경 문제가 특히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도 거의 매일 쌀 수매 현장에 나가 어르신들 손을 잡는다. 오랜 세월을 함께해 온 군민들과 작별인사를 나누는 모습에서 다산이 말하던 목민관의 자세가 떠올랐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