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 맥코널 미국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Don‘t interrupt me.”(나를 방해하지 마)
내가 어떤 일에 열중해 있는데 다른 사람이 끼어들었을 때 하는 말인데요. 특히 내가 침 튀겨가며 열심히 얘기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이 기분 나쁘게 말을 끊었을 때 하는 말입니다.
이 표현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또는 적어도 동격인 사람들 사이에서 할 수 있죠. 사장님이 열심히 얘기하고 있는데 일개 사원이 끼어들었을 경우 기분 나빠진 사장님이 하는 말이라고 보면 됩니다. 사원이 열심히 브리핑하는 중에 사장님이 뭐라 하며 끼어들었을 때는 써선 안 되는 말입니다.
요즘 ‘Don‘t interrupt me’라는 표현이 미국에서 화제인데요.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Don‘t interrupt me”라며 쏘아붙인 사례가 있습니다. 대화의 주인공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치 맥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같은 당 소속입니다. 권력구조상 이들 중에 누가 윗사람인지, 누가 아랫사람인는 분명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상상하는 대화의 흐름이 아닙니다. ‘나를 방해하지마’라고 쏘아붙인 사람은 맥코널 대표, 그의 한마디에 초라해진 이는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밥 코커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이 의원들로부터 ‘한 방 먹은’ 사례는 또 있습니다. 그의 고민은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이 자신의 말을 잘 따르지 않는다는 겁니다. 한번은 공화당 의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왜 나를 따르지 않는 거냐”며 훈계를 했죠. 그 때 밥 코커 상원의원(상원 외교위원장)이 정색을 하며 말합니다. “I don’t work for you, Mr. President”(나는 당신을 위해 일하는 게 아닙니다. 대통령).
미국 대통령의 파워는 막강합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일 뿐입니다. 입법을 책임지는 의회, 법을 판단하고 적용하는 법원과 함께 삼권분립이 비교적 확실하게 지켜지는 나라가 미국입니다. 워싱턴 특파원을 하면서 알게 된 건 의회의 도움 없이 미국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적다는 겁니다. 그러니 대통령의 의회에 대한 존경은 대단합니다. 그것을 모르고 대통령이 된 트럼프는 제왕적 파워를 행사하려 했다가 입법부의 리더들로부터 반격을 당한 셈이죠.
‘어떻게 국회의원이 대통령과 맞장을 뜰 수 있나?’ 우리의 정서는 그렇습니다. 한국도 삼권분립 국가이긴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죠. 대통령은 파워(권력)의 정점에 서있고, 입법과 사법은 아래쪽 어디쯤에 있다는 걸요.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